오는 12월 행정안전부가 입주할 예정인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국정 과제로 제시한 ‘지방분권·균형발전의 통합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간신히 마련됐다. 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는 13일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지방분권법)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국가균형발전법)을 통합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통합법률안)을 14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애초 정부는 지방 정책을 총괄하는 지방시대위원회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달 중 출범시킬 예정이었으나, 다른 법률과의 충돌 우려가 제기되면서 새로운 법 제정으로 방향을 튼 바 있다.
법안에는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된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에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협의해 지정하는데,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과 직원에겐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게 뼈대다. 교육자유특구에선 교육 관련 여러 규제들이 대폭 완화된다.
지방분권법과 국가균형발전법에 담겨 있던 균형발전 시책과 자치분권 과제도 새 법안에 함께 담겼다. 균형발전 시책에는 기업·대학·공공기관 지역 이전과 성장촉진지역 개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지방분권 과제에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를 통합하는 과제도 들어갔다. 이밖에 자치경찰제, 지방재정 확충, 지방의회 활성화 등도 새 법안에 담긴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로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1명과 32명 이내의 위원으로 꾸려지는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한다. 지방시대위는 지방자치 관련 국정과제와 지역공약을 총괄·조정하고, 기회발전특구 지정·지원에 관한 사항도 심의·의결한다. 통합법률안이 통과되면 ‘윤석열표 지방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그러나 한달이 넘는 입법예고 기간과 야당이 다수인 국회 지형을 염두에 둘 때 새 지방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게다가 윤석열표 지방정책의 간판 격인 대기업과 서울 주요 대학의 지역 이전과 같은 굵직한 정책은 아직 정부 차원의 연구 용역도 이뤄지지 않았을 정도로 미숙성 상태다. 최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주요 기업과 대학의 지방 이전을 언급했다가 반발을 자초한 바 있다.
이런 난맥상은 윤석열 정부가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률의 시행령 개정만으로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려 했다가 위법 논란에 휩싸이자 법률 제정으로 방향을 틀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앞서 정부는 9월 지방시대위 출범을 염두에 두고 국가균형발전위와 지방자치분권위의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켰다. 하지만 두 위원회의 기능을 넘겨받을 지방시대위는 입법 절차가 늦어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지방정책은 정부 출범 7개월이 넘도록 공전이 불가피해졌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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