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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학교재단 비리 폭로한 김중년씨

등록 2005-02-14 20:53수정 2005-02-1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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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지’ 따가워도 학교살리기 위해 결단

지난해 11월 경북 ㅇ여고 행정실 6급 직원 김중년(50·사진)씨가 이 학교 재단 비리를 폭로한 뒤 학교 돈 1억2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단 이사장 박아무개(70)씨가 구속됐다. 이후 지역 주민들과 교사, 학부모들이 ‘재단비리 해결 대책위원회’를 꾸려 재단 퇴진과 관선 이사 파견 등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26년째 이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주변의 온갖 따가운 눈총을 참아가며 재단 비리를 폭로한 이유는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재단 이사장 박씨가 학교 공사비 등을 부풀리도록 그에게 지시한 메모 수백장을 꺼내 놓으며 재단 비리를 알리고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까지 ‘내부 고발자’로서 겪은 어려움을 털어놨다.

-20년 넘게 같은 학교에서 근무해 오면서 왜 갑자기 재단 비리를 폭로할 생각을 했나.

=이사장이 학교 돈을 상습적으로 빼돌리는 것을 알면서도 사립학교에서는 실질적인 주인 행세를 하는 이사장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시키는대로 서류를 꾸미고 예산을 집행하면서 매일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스스로 떳떳할 수 없었다.

-이사장한테 개인적으로 설득을 하고 고치려는 노력을 했었나.

=개인적으로 여러차례 찾아가서 학교 운영을 투명하게 해 줄것을 요구하고, 이사장과 아들인 교감에게 등기우편으로 그동안의 횡령사실을 정리한 서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학교와 경남에 있는 다른 학교를 인수하느라 진 빚을 갚는 데 썼을 뿐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변명만 되풀이 했다. 경찰에서는 학교 인수와 관련된 부분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홈페이지에 학교 재단 비리를 알리겠다는 글을 올렸는데 교육청을 통해 바로 잡을 수는 없었나.


=지난해 6월 비리를 폭로하기로 마음 먹은 뒤 7월 경북도교육청 정기감사 때 감사 담당자에게 철저한 감사를 바라는 내용을 담은 쪽지를 건넸다. 그런데 담당자로부터 오히려 면박만 당했다. 나중에 재단 비리가 알려진 뒤 도교육청에서 당시 건넨 쪽지 내용을 다시 써달라고 찾아왔다. 도교육청이 사립학교 재단 비리를 파헤칠 의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교사들도 재단의 비리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다들 침묵하고 있었나.

-1995년에 교사들이 재단 비리와 관련해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는데 당시 교장이던 현 이사장이 교사들에게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후에도 비리는 계속되고 이사장이 아들을 교감으로 앉혔지만, 교사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문제가 불거진 뒤 교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학교 정상화를 위해 나서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대부분 사립 학교들이 형편이 비슷한데 왜 긁어 부스럼 만들어서 여러 사람 괴롭히냐는 주변의 비난을 참기 힘들다. 학교를 살리자고 한 일인데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져 학교 위상이 더 떨어지는 건 아닌지, 계속 근무를 할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앞으로 학교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나.

=이웃 영양여고가 해마다 교육 환경을 개선해 지역 학생들이 그쪽으로 진학하는 걸 볼 때마다 몹시 안타까웠다. 지역 주민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바람대로 재단이 물러나고 도교육청에서 관선이사를 파견해 학교가 정상화됐으면 한다. 재단 비리를 깨끗이 털어내고 지역 교육을 책임지는 충실한 학교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대구/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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