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충북학사 서서울관에서 충청북도 관계자들이 식사하는 모습. <문화방송>(MBC) 충북 뉴스 갈무리
대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에서 정책 간담회를 한 충북 도지사와 일부 국회의원 등이 학생 식당에서 학생들과 다른 특식을 먹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여야가 대학의 ‘천원의 아침밥’에 경쟁적으로 관심을 보였는데 이런 모습이 학생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할 수 있다는 비판이 16일 정치권에서 나왔다.
지난 11일 <문화방송>(MBC) 충북은 9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충북학사 서서울관에서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충북 지역 일부 국회의원들이 학생 식당에서 만찬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충북학사는 서울 지역 대학교에 다니는 충북 학생 356명이 거주하는 기숙사다.
9일 오후 김 지사와 충북 지역 여야 국회의원, 충북도 실·국장 20여명은 충북학사에서 예산정책간담회를 갖고 이후 학생 식당에서 만찬을 했다. 의원들은 국민의힘 소속 박덕흠·이종배·엄태영 의원 3명만 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와 국회의원들은 칸막이 안쪽에서, 수행원들은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김 지사와 의원들의 메뉴가 학생들과 다른 ‘특식’이라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충북학사 서서울관에서 김영환 충북지사와 일부 의원들이 저녁식사를 했다. 사진은 저녁식사 식단표. <문화방송>(MBC) 충북 뉴스 갈무리
지사와 국회의원, 수행원들의 식판에는 전복 내장 밥에 아롱사태 전골, 돼지갈비찜과 장어튀김 등이 담겼는데 이날 학생들의 식단은 카레라이스, 미소장국, 감자고로케, 단무지, 배추김치 등이었다.
<MBC>충북은 “식단 재료 원가를 따져보면 갈비찜이 포함된 만찬은 2만8000원, 학생들의 카레밥은 2700원”이라며 “이왕 가셨으면 애들하고 같은 메뉴로 밥도 먹고, 학생들 격려도 하고, 또 학사에 대한 불만 사항도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다”는 학사 학부모의 반응을 전했다.
충청북도는 “국회와 가까워 충북학사에서 행사를 했고, 학생들이 불쾌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행사 준비를 할 때 신중을 기하겠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식단 차별’이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터져 나왔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1세기판 ‘반상’의 차별을 두는 것입니까, 아니면 20세기판 권위 의식에 쩔은 구태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까”라고 비판했다. 허 의원은 “이러니 여야가 앞다퉈 찾아갔던 천원의 밥상도 ‘체험 시식쇼’라는 비판이 나왔던 것이다. 청년의 공간을 빌려서 같이 사용했으면서도 격려도, 공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상근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는데 차별을 두면 누구라도 불쾌해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공부하랴, 아르바이트하랴 지친 학생들의 마음은 김영환 지사 때문에 더 허탈했을 것이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날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민주당 의원들은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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