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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필진] 불닭발 나르는 작곡가 이춘호씨

등록 2006-03-17 15:31

"불닭발에 소주 한 잔, 불닭발에 인생 한 잔, 우리는 철부지, 콧노래를 부르자."

매콤한 닭발 속에 삶과 음악을 담는 사람이 있다. 경남 거창에 사는 이춘호(32)씨. 밤에는 붉닭발 나르고, 낮에는 작곡가로 산다. 새벽까지 음식을 배달하지만, 그의 음악을 ’주문’하는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남동생은 ’92랑불닭발’ 주인, 그는 아르바이트 배달원이다. 하루 ’수당’은 그날 장사에 달려 있다. 1만원에서 5만원까지 받는다. 그래봐야 한 달에 70만원을 넘지 못한다. "살아야 음악도 할 수 있어요. 먹고사는 문제를 뛰어넘은 음악은 아직껏 없었으니까요." 여느 사람들처럼 그의 ’청춘’도 꿈으로 가득한 날들이었다. 고교 1학년 어느 자율학습 시간에 먹은 마음이 그의 발목을 아직껏 잡고 있다고 했다. "몇몇 친구들이 ’우리 그룹사운드 한번 만들어보자’고 한 말이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됐어요. 지금 그 친구들은 모두 음악을 잊었지만, 저 홀로 음악을 붙들고 있는 셈이죠."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닌 탓에 음대 진학은 ’꿈 속의 현실’일 뿐이었다.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부산예대 실용음악과에서 ’음악하는 사람’이 됐다. 하지만, 음악으로 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피아노를 전혀 못 쳤던 그는 밤낮으로 건반을 두드렸고 2년만에 오른 손가락 두 개가 망가졌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건 손가락만이 아니었어요.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와 어찌보면 ’생뚱맞게’ 헤어졌으니까요." 둘이서 작은 음악학원을 차렸지만 잘될리 없었단다. 장삿속도 없고 학생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니 학원은 금세 주저앉고 말았다. 결국 2004년 가을, 추석 지나 다시 만났을 때는 모든 게 깨진 후였다. ’우리 그만두자.’ "아무 미련없이 헤어졌어요. 늘 음악이 뒤통수에 붙어다녀 고개를 현실 속으로 돌리지 못한 제 탓이니까요." 미련이 없어도 아픔은 남았다. 그 아픔이 노랫말을 쓰게 했단다. ’그댄 몰랐지/이런 나의 마음을/그댈 너무 사랑했나봐/.../니가 있는 곳이면/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원래 그는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길 바랐다. 그리로 가는 현실은 험난했고, 앞날을 예측할 수 없었던 그의 삶만이 ’재즈’처럼 이어졌다. "음악이라는 하나의 지팡이만으론 제대로 삶을 걸어가기가 어려웠어요. 살아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배운 셈이죠. 불닭발 배달은 제게 또하나의 지팡이입니다." 지난달 한 방송사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이씨를 만났던 박재동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는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마음이 짠했다"며 "음악을 삶의 초점에 두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에게서 이 시대 젊은이의 한 초상을 보았다"고 말했다. 언젠가 이춘호씨가 대중들 앞에 ’짠∼’ 나타나, 불닭발처럼 화끈한 음악을 보여주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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