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열린 35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행정안전부가 10일 열리는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기념식을 주관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최근 후원한 진보단체 행사에 ‘윤석열 정권 퇴진’ 구호가 내걸렸다는 이유다. 행안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대상으로 특별감사도 벌일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행안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9일 기념식 불참 방침을 밝힌 뒤 “사업회는 몰랐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에 대한 공격을 후원한 상황이 됐다”며 “이걸 묵과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6·10 민주항쟁 기념식은 2007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뒤 행안부가 주최하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방식으로 열려왔다. 행안부가 불참을 결정함에 따라 올해 기념식은 처음으로 ‘주최자 없는’ 국가기념일 행사로 열리게 됐다. 애초 기념식에는 한창섭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이 참석해 기념사를 할 예정이었다. 지난해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했다.
행안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대상으로 다음주부터 특별감사도 벌인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주화운동이 ‘진보’라든지 특정 정파의 전유물로 된다면 국민 대다수로부터 외면받는다. 이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화운동정신 계승사업 등 후원사업이 관행적으로 운영됐던 부분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이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견줘 지원 규정 등이 포괄적으로 되어 있다며 관련 법 조항 등을 다듬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기념사업회 쪽은 행안부가 문제 삼은 ‘범국민추모제’ 행사는 주최자인 ‘32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가 사전협의 없이 구호를 내걸었고, 사업회 쪽은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사업회는 “해당 추모제를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내외 협력사업’의 하나로 선정하면서 300만원 안팎의 행사 무대설치비를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8일 선정 취소를 통보했고, 앞으로 3년 간 해당 단체에 대한 지원도 배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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