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대원들이 철수를 시작해 적막감이 흐르는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사태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대회장 조성과 관련해 2년 전 환경단체들이 ‘현행법을 위반해 갯벌을 매립한다’며 한국농어촌공사와 새만금위원회를 고발했으나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17년 12월6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으로 있던 새만금위원회는 매립 사업자가 없어 방치돼 있던 전북 부안군 하서면의 해창갯벌을 잼버리 대회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새만금기본계획상 관광레저용지로 되어 있던 이곳에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용하는 농지관리기금을 끌어와 매립 비용에 충당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농지관리기금 1845억원을 투입해 해창갯벌을 매립했다.
한승우 새만금해수유통 추진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등 고발인들은 당시 정부의 이런 조처가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한 위원장 등은 고발장에 “잼버리 부지 조성 사업은 농업용지 조성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는데, 농어촌공사는 ‘거짓 사업’으로 농지관리기금을 사용하고 있다”고 썼다. 이 전 총리 등에 대해선 “직권을 남용해 농어촌공사가 위법행위를 하도록 교사하거나 공모해 관련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잼버리 국제대회를 치르기 위해 매립 공사를 하기 전인 2020년 8월 해창갯벌. 이만수 사진작가 제공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2021년 4월12일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농어촌공사에 대해선 ‘관련 법이 기금을 지원받는 쪽의 위법한 행위는 처벌하는 조항이 있지만 운용 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무혐의 처분했다. 이 전 총리 등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사업 진행 경과를 살펴보면 고발인 주장만으로는 직권남용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번 잼버리 파행 사태 뒤 정부가 대회 유치 과정부터 부지 조성, 행사 준비 과정 전반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만큼, 감사 과정에서 부지 조성에 농지관리기금을 사용한 부분이 다시 쟁점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총리 등의 직권남용은 구체적인 개입의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혐의 입증이 쉽지 않지만, 농어촌공사 부분은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고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할 당시 전주지검 수사 계통에는 ‘윤석열 라인’의 핵심인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차장검사로 있었다.
박임근 정대하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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