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지사(맨 왼쪽), 이철우 경북지사(왼쪽 둘째) 등이 지난 4일 국회에서 국립 의대 설립을 촉구했다. 경북도 제공
의사 부족 등으로 의료 공백이 심해지는 지방 곳곳에서 의과대학(의대) 설립과 정원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을 떠나 영호남이 손잡는가 하면, 대학이 연합해 ‘의료인력 확충’에 한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충북도는 27일 “지방에 사는 국민은 의사 부족 등으로 서울 등에 견줘 동등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는 공공보건의료 서비스를 확대해 모든 국민이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건강권을 보장하고, 의대 정원을 확대하라”고 밝혔다. 충북도는 지난 25일 충북대·건국대 등과 지역 의료 발전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 업무 협약을 맺고, 정부에 의대 정원 확대를 공동 건의하기도 했다.
앞서 이철우 경북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등은 지난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의료 최대 취약지 경북·전남 국립 의대 설립 촉구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두 지사는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를 보면 경북은 1.4명, 전남은 1.7명으로, 전국 평균(2.14명)을 밑돌고, 지역 지형 특성상 도서·산간이 많아 의료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정부·국회가 지역 국립 의대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수도권 지역에서도 의대 설립과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은 인천대 공공 의대 설립 범시민협의회를 꾸리고 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인천지역 시민단체 등도 측면 지원한다. 경기 북부권인 의정부·동두천·포천시 등도 의대 설립과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충남 공주대, 전남 목포대·순천대, 경남 창원대, 경북 안동대 등도 의대 설립을 추진한다. 이들 대학 5곳은 지난 7월14일 국회에서 지방 공공 의대 설립 등을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김영환 충북지사(앞줄 왼쪽 셋째) 등이 지난 25일 충북도에서 의대 정원 확대 공동 건의문을 냈다. 충북도 제공
울산과 충북은 기존 의대의 정원 확대를 요구한다. 울산은 40명인 울산대 의대 정원을 80명으로 늘려달라는 건의문을 정부에 냈다. 충북은 충북대 49명, 건국대 충주 글로컬대학 40명 등 89명인 의대 정원을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 평균 의대 정원인 197명 수준으로 늘려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전국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2006년 이후 18년 동안 요지부동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7월 당정 협의를 통해 2022년부터 연간 400명씩 10년 동안 의사 4천명을 양성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보건의료 분야 노사정 합의를 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의사협회 등과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리고, 10여차례 의대 정원 문제 등을 논의했다.
충북도가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권역별 의사 수를 보면, 수도권은 의사 수가 6만66명으로 전국의 54.6%가 몰려 있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도 수도권이 2.31명으로 전국 평균 2.14명을 웃돈다. 다른 지역을 보면, 제주 1.76명, 충청권 1.79명, 강원 1.81명, 대구·경북 1.96명, 부산·울산·경남권 2.04명, 호남권 2.1명이다.
한정호 충북대병원 기획조정실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은 “지방 의료 기반이 취약한 만큼 지방 국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이들 의료 인력을 최소 10~20년 정도 지방 공공병원에서 일하게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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