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오·폐수 인한 ‘백화’”…시 “일시적 착색”
선사시대 유적인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하단부가 하얗게 변한 원인을 놓고 문화단체와 울산시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울산시는 식수로 사용하는 사연댐의 만수위(64m) 때 물에 잠겼다가 겨울 가뭄 때 모습을 드러내는 높이 3m, 너비 10m인 반구대 암각화 하단부 5분의 1 가량이 하얗게 변해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원인 조사 및 보존 방안을 의뢰했다고 30일 밝혔다. 하얗게 변한 부분엔 얼굴과 물고기 등 암각화에 새겨져 있는 문양도 포함돼 있다.
백화현상이 일어나면 하얗게 된 부분을 화공약품으로 지워야 해 반구대 암각화의 원형 보존이 사실상 어렵다.
시는 2001년 10월~2003년 7월 한국석조문화재연구소에 의뢰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 용역결과 보고서에선 암각화가 하얗게 변한 사실이 없다고 기록된 것을 감안할 때 해마다 가뭄 때 일어나는 백화현상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7년째 반구대 암각화를 관리하고 있는 울주군 일용직 김태관(59)씨는 “대곡댐 근처 경부고속철도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돌가루가 대곡댐 물로 흘러든 뒤 암각화 하단 벽면에 달라붙은 것 같다”며 “비가 많이 오면 자연히 씻겨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구대사랑시민연대 등 문화단체들은 “반구대 암각화 위 대곡댐으로 흘러든 각종 오·폐수가 산화작용을 일으켜 나타나는 백화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확한 원인조사와 함께 암각화로 물이 흘러들지 않도록 제방을 쌓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사시대 사람의 생활과 풍습을 알 수 있는 최고 걸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암벽에 육지 동물과 바닷고기, 사냥하는 장면 등 75종 2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으며 1960년대 사연댐 건설로 대부분 물 속에 잠겨 있다가 가뭄 때 모습을 드러낸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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