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뒷산 이름 없는 나무로 태어나고파”

등록 2006-04-03 22:13

아버지 뒤이어 2대째 산림청 근무하는 이상율씨
영주 국유림관리소 현동팀장 이상을(52·임업 주사)씨는 6년 전 숨진 아버지 이관우씨에 이어 2대째 나무를 지키고 있다.

이 팀장은 1980년 11월 산림청 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뒤 25년 넘게 근무했다. 당시 아버지도 산림청 공무원으로 산림청에서 유일한 부자 공무원이었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직후 20대에 산림청에 들어가 강원 인제군을 시작으로 지리산 일대와 경북 북부지역 등 전국을 돌며 나무를 가꾸고 지키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1950~60년대 당시 지리산에서는 나무를 베어 훔쳐가는 도벌꾼들이 산림청 공무원들을 붙잡아 나무에 묶어 놓고 위협하는 등 그야말로 생과 사를 오가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버지를 쏙 빼닮은 이 팀장은 경북 영양에서 혼자 살며 산을 지키고 있다. 재선충이나 솔잎혹파리 때문에 소나무가 말라 죽어가고 산불 때문에 울창한 숲이 타들어 갈 때마다 마치 혈육을 잃는 듯한 아픔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은 이루 다 셀 수가 없다.

1985년 퇴임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6급 임업 주사로 산림 공무원 소명을 다하게 될 것 같다는 이 팀장은 “훗날 고향인 봉화군 소천면 현동마을 뒷산 이름 없는 나무 아래 묻힌 뒤 나무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찾는 이 없는 깊은 산중에 서 있으면서도 아무 불평이 없는 한 그루 나무처럼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라.” 아버지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고 교훈 삼아왔다는 이 팀장 모습은 어느새 나무를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봉화/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