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외자유치 의욕 앞서 무리한 추진…입주 61%가 국내 기업
울산시가 외국 기업을 유치하겠다며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든 외국인 공단에 국내 기업이 60% 이상 입주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울산시는 389억원의 사업비로 2000년 5월 공사를 시작해 2003년 12월 완공한 남구 부곡동 외국인 투자기업 입주단지 8만6500여평 가운데 공장 터 5만7400여평을 국내외 20개 업체에 모두 분양했다고 5일 밝혔다.
이 가운데 설립자본금의 10% 이상이 외국 자본인 외국인 투자기업 6개 업체가 분양받은 공장 터는 38.7%인 2만2200여평 뿐이고, 61.3%인 3만5100여평은 14개 국내 업체가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금의 50% 이상이 외국 자본인 외국인 투자기업은 4곳뿐으로, 이들 업체가 분양받은 공장용지는 전체의 27.8%인 1만6000여평에 그쳐 무늬만 외국인 투자기업 입주단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결과는 애초 시가 연간 평당 1만~3만원에 최장 50년까지 외국기업들한테 공장 터를 빌려주겠다며 안내문을 보내고 유럽에 외자유치단까지 파견하고는 갑자기 평당 36만~47만원에 분양해, 입주를 희망했던 외국 업체들이 줄줄이 입주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시는 외국 업체들이 분양값이 높다며 여전히 등을 돌리자, 2002년 10월 국내 기업에 조성원가(69만1000원)에서 31% 가량 내린 평당 47만3000원에 분양하기 시작했다.
한 외국회사 관계자는 “공장 터를 싸게 임대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미국 본사를 설득해 입주하려 했으나 분양 방식이 바뀌어 입주를 포기했다”며 “외환위기 당시 자치단체들이 외자유치 의욕이 앞서 무리하게 외국인 공단을 추진하다 실패한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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