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동 가스폭발 11주년 막내아들 잃은 최두례씨
28일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 11주기 추도식’이 열린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학산공원. 주름진 두 손에 흰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위령탑 앞에 선 최두례(71·여·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씨는 가스폭발 참사로 잃은 막내아들 생각에 또 다시 목이 메인다.
최씨는 사고 이듬해인 1996년 11월 학산공원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이 세워진 뒤 10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유족회 회원들과 함께 매주 위령탑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며 돌보고 있다.
다른 회원들은 궂은 날씨나 개인 사정 등으로 위령탑 청소를 가끔 빼 먹을 때도 있지만 최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적이 없다. 다른 회원들 보다 늘 한시간씩 일찍 와서 미리 비질과 걸레질을 해놓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몸이 피곤해도 어쩔 수 있나. 여기 오고 싶어서 안되겠어. 가슴 아파도 다 참고 돌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
11년 전, 27살의 꽃다운 나이에 사고로 숨진 막내 아들의 얼굴이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하다. 끔찍한 사고의 기억을 잊으려 10년 전 상인동을 떠나 수성구로 이사를 갔지만 아들이 잠들어 있는 위령탑으로 향하는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다리에 힘이 없어 걸을 수 없을 때까지 이곳을 돌봐야지요. 죽기 전에는 가슴에 박힌 못이 빠지지 않을테니..”
자식을 ‘가슴에 묻은’ 최씨의 얼굴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린다.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는 1995년 4월28일 오전 7시50분께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에서 파손된 도시 가스관에서 새어 나온 가스가 폭발해 등교하던 학생과 회사원 등 101명이 숨지고 202명이 중상을 입은 대형 참사였다.
대구/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대구/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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