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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전망대] 신문들의 반시위대 캠페인 / 성한표

등록 2006-05-10 19:31

성한표 전  논설주간
성한표 전 논설주간
미군기지 예정지로 강제 수용된 논에 농사를 계속 짓겠다는 주민들. 레미콘을 부어 농수로를 폐쇄해서라도 농사짓는 것을 막겠다는 정부. 지난 4월7일 평택 팽성읍 논두렁에서 경찰, 용역업체 직원들과 주민들의 거친 충돌이 벌어진 배경이다.

이보다 나흘 뒤인 11일치 〈조선일보〉에 실린 ‘평택 논두렁에 뒹군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김대중 칼럼’은 나라의 자존과 미래, 그리고 당장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연민이나 예의조차 갖추지 않은 언어폭력이라 할 만하다. 칼럼은 이날 시위를 “미국에 대고 ‘너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악을 써대는 일부 한국인들의 과잉 대응”, “미국 때문에 세상에 종말이 온 것처럼 떠드는 저주” 등의 표현으로 비난하고, “평택의 진흙구덩이에 뒹굴고 있기에는 대한민국이 너무 바쁘고 아깝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4일 주민들은 기지 예정지에 철조망을 치려는 정부와 또 한번 크게 충돌했다. 이번에는 경찰이 아니라 군인들과의 충돌이다. 이날 이후 일부 신문들은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기에 바쁘다. 신문들의 ‘반(反) 시위대 캠페인’의 선두주자는 역시 조선일보. 9일치 조선일보 4면 머릿기사 제목은 “군인이 왜 매를 맞나, 군심은 지금 부글부글”이다. 조선일보는 이보다 하루 전인 8일치 사설에서 평택의 충돌 상황이 “80년 광주와 다를 바가 없다”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대위’ 공동대표인 문정현 신부의 말을 인용하면서 “일은 자기들이 저지르고 책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씌우는 그 수법을 여기서 또 써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80년 광주에서 써먹던 수법을 2006년 평택에서 또 써먹는 쪽은 범대위가 아니라 바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이다.

광주와 평택을 보도한 신문 기사의 유사성을 민주노동당은 잘 꼬집고 있다. 신문들이 지역주민은 괜찮은데 외부 불순세력 개입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하고 법질서 회복을 강조하며, 군경의 피해만 부각시킨다.

미군기지 이전이 끝나면 현재 미군에 제공되고 있는 우리 땅이 7320만평에서 2515만평으로 줄어든다고 하니 그것은 좋은 소식이다. 반면에 평택은 349만평을 추가로 공여함으로써 최대 군사기지로 바뀐다. 자기 마을이 미군기지로 바뀐다는 것을 좋아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지만, 기지 이전 결정은 당사자인 평택 주민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이뤄졌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 터 결정이 해당 지역의 주민투표까지 거치면서 신중하게 이뤄진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언론이 평택의 시위대와 경찰, 군인의 충돌을 두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시위대를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할 일은 기지 이전과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의제로 설정하고, 그 토론을 이끌어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일이다. 보수신문들의 문제는 보수적인 논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부도덕성에 있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 지점까지 독자들을 끌어가고자 사실 외면이나 왜곡도 서슴지 않고 해치운다는 점이 그렇다.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 hp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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