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범이 아버지, 어디 이수과!” “한성아!” “현철아!”
파도소리 거친 바다에서 해녀들이 남편과 자식들을 찾아 숨가쁘게 불러댄다. 요즘 제주 동부지역 바닷가 주민들은 바쁘다.
1년 내내 채취가 금지됐던 우뭇가사리 철이기 때문이다. 14일과 15일 제주 북제주군 구좌읍 하도리 해안에는 동네 주민들이 모여들어 ‘바다밭’을 일구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을 주민들이 경운기와 농사용 트럭을 몰고 나온 가운데 해녀들이 바다에 하얀 테왁(부표의 일종)을 띄워두고, 숨비소리를 내며 물질을 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이날 하루 하도리 어촌계(계장 고홍임)에서만 물질에 나선 해녀가 300여명에 이르렀다.
우뭇가사리를 처음 채취하는 날을 ‘조문하는 날’이라고 한다. 14일 하도리 굴동 해안에서 채취작업을 하는 해녀만 85명에 이르렀고, 이를 실어나르기 위해 남편과 자식들이 타고 온 농사용 트럭과 경운기들이 해안에 가득했다. 인근 마을에도 해녀와 주민들이 나와 우뭇가사리를 채취하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우뭇가사리는 연중 채취를 금지하다 주로 5월 초순부터 20여일 정도 채취한 뒤 6월께 며칠 동안 작업하지만, 요즘은 궂은 날씨가 계속되는 바람에 14일에야 시작됐다.
해녀들이 채취한 우뭇가사리는 어촌계를 통해 수협으로 위판된 뒤 다른 지방의 한천공장에서 가공처리돼 우미와 젤리 용도로 사용되며, 국내에는 물론 일본으로도 수출된다.
지난해에는 30㎏짜리가 12만9000원에 위판됐고, 현재 60㎏짜리 1칭(우뭇가사리를 재는 무게 단위)에 28만원선에 거래돼 해녀들의 주요 소득원이 되고 있다.
하도리 어촌계 좌여순(37)씨는 “조문하는 날에는 어촌계 해녀는 물론 온동네 주민들이 모여들어 작업을 같이 한다”며 “해녀들이 바닷가를 몇개의 구역으로 나눠 돌아가면서 작업해 큰 소득원이 된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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