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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이사람] 44년 공직생활 마감하는 이원종 충북지사

등록 2006-06-09 19:27

농부 아들…우체국 동전수거원으로 시작
서울 5곳 구청장·서울시장 등 지내
충북을 바이오 단지화…이제 늦잠 자고파
“정점서 아름답게 물러나고 싶었죠”

늦잠 자고, 책 읽고, 친구 만나고, 저녁엔 노래방도 한번 가보고….

이달 말 44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이원종(64) 충북지사가 그리는 퇴임 뒤 일상이다.

이 지사는 1963년 국립체신대학을 나와 광화문 우체국 공중전화 동전 수거원으로 공직 첫발을 디뎠다. 어려서부터 ‘알쫑이’(알토란 같은 원종이)란 별명이 퍼질 정도로 유명한 그였지만 보릿고개를 걱정하던 가난한 농사꾼 아들이 밥 안 굶으려 택한 최선의 길이었다. 그는 밤을 낮 삼아 공부해 행정고시를 거쳐, 서울 5곳의 구청장, 관선 충북지사·서울시장을 지냈다.

94년 성수대교 붕괴 때 서울시장에서 물러났지만 서원대 총장을 지내다 98년 민선 충북지사에 당선돼 8년간 ‘만년 농업도’로 불리던 충북에 ‘바이오’를 접목시켜 성공적인 지사로 평가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3선 불출마와 정계 은퇴를 선언했을 때 놀람과 의문이 교차했다. 한나라당 소속, 50%가 넘는 지지율, 대항마까지 마땅치 않아 ‘당선은 떼 놓은 당상’이라는 관측이 지배하던 터라 “아마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을 거야”라는 억측까지 난무했다. 그는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확정, 바이오 산업 거점 마련 등 지역을 위해 했던 기원이 이뤄져 은퇴를 결심한 것”이라며 “정점에서 명예로운 퇴장을 하는 게 소망이었다”고 했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들과 원없이 일했고 좋은 결과를 얻어 미련도, 아쉬움도 없다”고 덧붙였다. 평소 온화한 성품과 친화력, 빼어난 능력과 기획력 등으로 아래위 직원에게 인정받은 ‘44년차 행정 달인’이었다. 그는 중앙 정부와 정치권, 지방 정부와 의회의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강조하면서 행정의 정치화는 경계했다. 이 지사는 “중앙과 지방,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부와 가난 등 양극을 푸는 데는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며 “지방 행정가, 지방의원 등을 정당에서 공천하는 것은 중앙·정치 예속화를 가져오는 만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역단체장 등 행정가 출신의 정계 진출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그는 “행정은 주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목표이며 공직자는 균형과 신뢰가 생명”이라며 “균형과 신뢰를 갖고 행정을 펼친 경험은 국정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치는 물론 모든 관직과 거리를 둘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공직의 긴장과 짐을 내려놓고 평상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알게 모르게 쌓인 ‘공직의 독’이 풀리는 3년 동안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새 당선자에게 업무 인계를 시작한 그는 “두번째 사는 삶의 목표는 철저한 자연인, 평범한 시민”이라고 했다. “기회 되면 책도 쓰고, 특강·상담 등으로 청소년과 후배 공무원에게 희망 주고 동기부여 하는 일 하며 지내고 싶습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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