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들 일시 조업 중단 등 대책마련 전전긍긍
산업현장의 제조업체들이 월드컵 축구경기 심야 시청과 응원으로 자칫 노동자들의 안전사고가 일어날까봐 조업을 일시 중단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울산 현대자동차에 계기판 부품 등을 납품하는 영풍기계 야간조 노동자 20여명은 한국-토고전이 열린 13일 밤 10~12시 조업을 중단하고 탈의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단체 응원을 한 뒤 다시 작업을 했다.
이 회사 생산지원팀 김정현 차장은 “한국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 안전사고가 나거나 불량 제품이 나오는 것보다 가동을 멈추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간조 노동자 1만여명도 같은 시간 작업을 중단했다. 이날 회사 쪽은 정상 가동 방침을 밝혔지만 노조는 무리하게 공장을 가동하다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이달 예정된 안전교육을 이날 밤 10~12시로 변경하자고 제의해 정상조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밤샘 응원으로 지친 노동자들에게 근로의욕을 불어넣고 작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평소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벌이는 안전체조 대신에 월드컵 응원춤인 ‘꼭짓점 댄스’를 추게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서 월드컵 개막 하루전인 지난 8일 사내에서 꼭짓점 댄스 경연대회를 열었다. 토고전이 열리는 13일 저녁엔 서부축구장에 모여 단체응원을 벌였다.
공정의 특성으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에쓰오일, 에스케이, 효성 등 석유화학·정유업체는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 안전관리 부서 직원들을 중심으로 24시간 생산라인 현장을 순찰하며 작업태만이나 부주의, 근무기강 해이 등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자칫 한순간의 방심으로 공장이 멈춰서면 막대한 손실은 물론 유독가스 누출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많기 때문이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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