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나요?
항의하니 직원 “뭐가 문제냐”
회사원 우덕수(36)씨는 13일 아침 8시께 대구지하철 1호선 대곡역에서 내렸다. 그는 지하 2층에서 계단을 통해 출입구 쪽으로 올라가려다 몸이 좋지 않아 에스컬레이터를 찾았다. 그러나 다른 역사에서는 운행하는 에스컬레이터가 대곡역에서는 눈에 띄지 않아 역사무소로 연락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곧바로 역사 기둥에 붙은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 안내전화(053-640-2100)로 연락하자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고 걸어 주십시요.”라는 목소리가 휴대전화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지하철 종합사령실이라면 사고나 화재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민들이 신고하는 곳 아닙니까? 그런 곳의 전화번호가 결번이라니 말이 됩니까?”
그는 곧바로 대곡역 사무실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항의했다.
우씨는 “만약에 사고나 화재가 났다면 어쩔뻔 했느냐”고 거세게 따졌지만 역사무소 직원들마저 종합사령실 전화번호가 결번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직원들이 별일도 아닌데 아침부터 소란을 피운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자 분을 참지 못해 언론사에 제보를 했다.
우씨는 “불과 3년전에 대구지하철에서 대형참사가 나지 않았느냐”며 “지하철공사 직원들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대구지하철공사 우효식 대곡역장은 “종합사령실 전화번호가 바뀌어 역 구내 전화안내판을 모두 교체했지만 몇몇 곳에서는 옛날 전화번호 위에 덧붙여 놓은 새 전화번호 스티커가 떨어지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런 곳이 대곡역에서만 3곳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전체 역사를 대상으로 종합사령실 전화번호가 제대로 돼 있는지 즉시 조사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공사는 지난 3월 부서편제를 바꾸면서 종합사령실 전화번호를 종전 640-2100번에서 1호선은 643-2400번, 2호선은 641-0400번으로 각각 변경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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