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나무판에 방위·음양·오행 들어가
국내 유일 윤도장…아들 3명에 전수 힘써
국내 유일 윤도장…아들 3명에 전수 힘써
[이사람] 48년째 전통 나침반 ‘윤도’ 만드는 김종대씨
“전통기술을 계승하며 가업을 이을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하고 사명감을 느낍니다.”
국내 유일의 ‘윤도’(輪圖) 장인 김종대(74)씨가 20~25일 전북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에서 48년간 만들어온 윤도 60여점과 각종 자료를 일반에 공개한다.
윤도는 방위를 표시한 둥근 나무판 한가운데 자석바늘을 꽂아 풍수가나 지관이 집터·묏자리 등을 정하거나 뱃사람들이 방향을 잡을 때 썼던 전통 나침반이다. 여기에는 방위·음양·오행·팔괘·십간·십이지가 모두 들어간다. 동심원들이 만든 띠 모양 한 칸을 층이라 하며, 층이 많을수록 복잡해진다.
이번에 선보이는 윤도에는 제작기간만 3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24층짜리(6500~7000자 음각)를 비롯해 부채에 매단 선축, 거북 모양의 장식용 거북철, 지관들이 많이 찾는 전통패철 등이 있다.
26살 나던 1958년부터 윤도를 만든 그는 조부(김권삼)·백부(김정의)에 이어 3대째 ‘외길’을 고집하고 있다. 350여년 전부터 전북 고창군 성내면 산림리 낙산마을에서 여러 집안을 거치며 전해지던 제작기술을 그의 할아버지가 이어받았다. 199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10호로 지정받았다. 김씨 역시 아들 희수(43) 일수(40) 상수(35)씨에게 기능을 물려주고 있다.
그는 “보통 하루에 120자 새기는데, 제작과정에서 한 획이라도 잘못되면 망치므로 온정신을 집중해 한자씩 또박또박 새긴다”고 했다.
“수십년 전 만든 윤도를 들고와 수리를 부탁할 때 분신을 만난 것처럼 반갑습니다. 아직도 윤도를 쓰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만 해도 흐뭇합니다. 특히 할아버지와 직계 스승인 큰아버지가 만드신, 50년도 훨씬 넘은 윤도를 만나면 감동이 더해집니다.” 해마다 전시회를 열어온 그는 내년엔 고향에서 열리는 청보리밭 축제 때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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