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폴리스 등 지지부진 시청앞 집단 시위 등돌려
“공약 66% 실현”…서민에 무관심 지적도
조해녕 대구시장이 이달말 퇴임을 앞두고 21일 자청해서 시정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미리 나눠준 홍보책자에서 “안전하고,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가는 기반을 다져놨다”고 자랑했다. 대구 도심을 흐르는 신천에 수달이 살 만큼 도시가 깨끗해졌고 2003년 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끝내 매우 기쁘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선거 공약 139건 가운데 66%인 93건을 끝냈고 나머지는 추진중이라”며 4년 동안 행정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선거 공약 두가지는 지지부진하다.
낙동강 수량을 늘려 물 부족과 오염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남한강 물을 끌어오겠다는 ‘낙동강 프로젝트’는 시작도 못해본 채 임기가 끝났다. 산을 허물고 물길을 뚫으려면 환경파괴가 심하다는 반대에 부닥쳐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하지 못했다.
첨단산업을 키우겠다며 시작한 ‘대구 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테크노폴리스가 들어설 달성군 현풍읍 220만여평은 현재 허허벌판이다. 2조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댈 방안이 없어 언제쯤 완공될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지난 4년 동안 대구시청 앞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집단시위가 계속됐지만 조 시장은 늘 등을 돌렸다. 중앙지하상가 상인 5년 천막 농성, 지하철 노조 88일 파업농성, 버스파업 8일, 중증장애인 한달동안 농성 등 전국 최장기 시위 기록을 세웠지만 조 시장이 따뜻한 가슴으로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들으려 한 적은 없다.
지난해 연말 대구 서문시장에 큰 불이 나 상인들이 생계 대책을 호소할때도 조 시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집단민원이 생길때면 늘 “법이나 조례에도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외면해왔다.
조 시장은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 등 화려한 학벌에다 청와대 비서관, 총무처 장관, 내무장관 등 알짜배기 요직을 두루거친 엘리트 관료였다. 공직 내부에서는 카리스마를 지닌 ‘행정의 달인’이라는 말도 한다. 그러나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 속으로 들어가 대화하고 타협하는 민선 단체장으로서 역할은 다하지 못했다.
그는 30일 오후 2시 퇴임식을 끝으로 30여년 공직생활을 마감한다. 퇴임후에는 대구시 남구 봉덕동 효성타운에 살며 자원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그는 30일 오후 2시 퇴임식을 끝으로 30여년 공직생활을 마감한다. 퇴임후에는 대구시 남구 봉덕동 효성타운에 살며 자원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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