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감원태풍’ 신음
시장과잉 등 수출판로 줄어
울산 석유화학 및 섬유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시장 과잉 등으로 인해 잇달아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감원에 들어가자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생수, 탄산음료 등의 포장 용기로 널리 쓰이는 페트 바틀칩을 생산하는 ㄷ사는 주력시장인 유럽국가들이 자급자족 체계를 마련하는 바람에 수출 판로가 막힌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 최근 연간 14만t 규모의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회사 쪽은 지난 13~14일 전체 노동자 170여명 가운데 페트 바틀칩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60여명에 대해 25개월치 위로금과 연리 1%의 창업지원금 3000만원을 지급하고 명예퇴직시켰다.
연간 180만t의 고순도 테레프탈산(폴리에스터 섬유 기초원료)을 생산하는 ㅅ사는 서너해 전만 해도 전체 직원이 300명을 넘었으나, 국제유가 급등과 국내·외 시장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갈수록 원가경쟁이 치열해지자 분사 등을 통해 직원수를 170여명으로 줄였다.
석유화학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에 들어가면서 이들 업체에 전기와 증기 등을 공급하는 ㅎ사도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40~50여명의 노동자들을 감원하고 가동을 중단한 생산라인의 노동자들을 다른 생산라인으로 옮기는 등 전환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과감히 버리고 고부가치 품목으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회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며 “새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설비가 자동화돼 구조조정 대상 노동자들의 전환배치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은 “석유화학 제품은 원유가격 및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수익성이 오르락 내리락한다”면서 “경영진이 잘 나가던 때는 수익성이 높은 제품의 개발과 투자를 게을리하고선 시장이 좋지 않을 때마다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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