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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제성숙·문영자씨 ‘봉사는 나의 힘’

등록 2006-07-20 23:24수정 2006-07-21 17:04

14면
14면
약국 접고 외국인노동자 돕기
여성장애인 문화교실도 운영 제성숙씨

40여년 협심증 고통속에서도
전화상담·환경지킴이 앞장선 문영자씨

“내 직업은 2개입니다. 약사와 ‘봉사’죠.”

제성숙(49·사진 왼쪽·여·강남구 도곡동)씨는 봉사를 위해 약대에 갔다고 대뜸 말했다. 안정된 일자리가 있어야 봉사 활동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직업보다 ‘봉사 설계’를 먼저 한 셈이다. 제씨는 1981년 약대를 졸업하고 잠시 제약회사에 다니다 85년께 경기도 동두천에서 약국을 열었다. ‘혼혈의 고향’인 이곳에서 그는 적십자 회원으로 발벗고 나서 소외된 혼혈아동의 손을 잡고 그들과 어깨 걸고 함께 지냈다. 당시 4살배기 혼혈아였던 강수일(20·상지대)씨를 만난 곳도 동두천에서였다. 아파도 병원 가기가 어려웠던 그의 치료를 도우면서 맺은 인연은 강씨가 어엿한 축구선수로 크기까지 계속됐고 지난 4월에는 하인스 워드와 강씨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제씨는 2003년에 약국을 아예 ‘접고’ 일주일에 한 차례씩 ‘파트타임 약사’로만 일한다. 나머지 시간은 오롯이 ‘봉사’에만 쏟아붓고 있다. ‘욕심’이 갈수록 커져 지금은 영등포에 있는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에서 6년째 일요일마다 ‘특기’를 살려 약 먹는 법을 ‘꼼꼼히’ 일러주고 있다. 남편과 딸을 든든한 후원자 삼아 2002년부터는 강남 여성장애인 문화교실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문영자(67·오른쪽·여·강남구 역삼동) 씨는 40여년 동안 협심증을 앓고 있는 ‘환자’다. 하지만 문씨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2004년 가을에 ‘양재천 지킴이’ 교육을 받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느꼈지만 늘 지니고 다니는 청심환과 심장혈관약을 먹고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며 “지난봄에 받은 심전도검사 결과가 좋아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한 불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자비의 전화’ 상담원으로 17년째 일하고 있다. 10여년 전에는 인신매매범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의 상담전화를 받기도 했다. 문씨는 “그가 ‘사회의 독초’라며 자신의 잘못을 깊이 후회했지만 딸을 둔 제 입장에서는 상담하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웠다”며 “그러나 상담 과정에서 그의 고통을 듣고 이들도 결국은 껴안아야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봉사의 경지’에 오른 문씨의 오지랖은 이제 누구도 말릴 수 없을 정도다. 고아원, 양로원, 교도소를 거쳐 2003년부터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환경 지킴이’로 나서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9일 강남구에서 주는 ‘제1회 강남여성상’을 받았다. 제씨는 “흔히 강남 사람들이 이웃에 대해 냉소적이고 무관심하다고 하는데 이제는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돕는 일이 새로운 ‘강남 트렌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전진식 기자

김진화(서울대 사회교육 4) 인턴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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