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ㅇ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20일 공사가 끝난 아파트 현장을 찾아 “도색이 형편없고 경비실도 초라해 평당 900만원 짜리 고급 아파트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건설업체 간부에게 항의하고 있다.
본보기 집·홍보 내용과 차이 커 계약자 항의
대구공정위에 고발…건설사 “일부 요구 수용”
대구공정위에 고발…건설사 “일부 요구 수용”
“평당 900만원 짜리 아파트가 이럴 수 가 있습니까?”
지난 20일 오전 10시, 이미 공사가 끝난 대구시내 ㅇ 아파트에 입주예정자 100여명이 몰려갔다. 이들은 오는 10월쯤 입주를 앞두고 내부 마무리 공사중인 아파트 현장을 찾아 “질이 좋지 않은 자재를 사용하는 등 본보기 집과는 너무나 차이가 많이 난다”며 건설업체에 거세게 항의했다.
입주민들은 “2003년 2월, 분양 당시 이 아파트는 대구에서 평당 분양값이 최고 높았다”며 “그러나 외부 도색이 어색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어 15년전에 지은 아파트처럼 보인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입주민 ㅇ씨는 “분양 당시 홍보물에는 세계 최고의 통신장비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철저한 보안장치를 갖추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입주할 아파트를 찾아와 보니 제대로 된 보안 장치가 설치돼있지 않다”고 항의했다. 48평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은 성아무개(38·주부)씨도 “세탁기 놓을 자리가 너무 좁고 베란더도 코팅 처리를 않은 채 페인트만 칠해놨다”며 “입주자에 대한 배려를 찾아 볼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밖에 변아무개(43)씨는 “아파트 안에 테니스장을 지어 준다고 해놓고 배드민턴장을 건설해놨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아파트 현장을 둘러본 뒤 2㎞ 떨어진 대구 수성구청을 찾아가 “너무 수준이 떨어져 평당 900만원 짜리 고급 아파트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준공검사를 내주지 말라”고 요구했다. 주민비상대책위는 “조경을 바꾸고 경비실을 새로 짓는 등 23가지 요구 사항을 건설업체에 전달해놨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는 지난 20일, 아파트 건설업체가 분양 당시 홍보 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대구사무소에 고발했다.
이에대해 대구 수성구청 장상수 건축계장은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ㅇ 아파트가 분양 당시 홍보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은 일부 사실이라”며 “이른 시간안에 현장 확인조사를 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성구청은 애초 8월말로 예정된 준공검사를 9월중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ㅇ 건설업체 관계자는 “아파트에 별 문제가 없는데, 주민들이 실제 사실보다 내용을 많이 부풀리고 있다”며 “그러나 외부 도색 등 일부 요구 조건은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구대선 기자 이은지 인턴기자(경북대 신문방송 졸업)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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