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혜화동 버스정류장 앞에서 집중호우로 도로 표면이 떨어져나간 버스전용차선 보수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윤종규 인턴기자(중앙대 사진 4)
일반도로보다 접착력 떨어져 쉽게 구멍나
색깔포장 기술력 부족…중장기 대책 필요
색깔포장 기술력 부족…중장기 대책 필요
‘친절 버스기사’로 소문난 이종민(35) 씨는 지난달 운전대를 잡기가 끔찍했다. 집중호우가 퍼붓고 나면, 그가 운행하는 도봉산역~미아3거리의 버스전용차로에 점점이 구멍이 패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용차로 전체에 구멍이 많았지만 특히 정류장 근처가 심했다”며 “버스가 심하게 흔들려 승객들이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한달 넘게 이어진 장마로 서울시내 버스전용차로 가운데 도봉산역~혜화동로터리 구간에서만 수십 곳에 움푹 패인 구멍들이 생겨 교통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포트 홀’로 불리는 이 구멍들은 양재역~종로 2가, 아차산역~답십리 구간 등 버스전용차로 시행 초기인 2004년께 만들어진 곳에 특히 많다.
왜 생기나?=전문가들은 ‘포트 홀’이 자주 생기는 원인으로 도로 시공과 재료의 문제점을 꼽았다.
현대건설 기술개발원 이석홍 수석연구원은 “전용차로를 시공할 때 5cm 가량 깊이로 도로를 깎아내고 그 위에 ‘컬러 포장’을 하게 되는데 주로 새벽 시간에 5~6시간 서둘러 작업을 하다보니 컬러 아스콘(아스팔트콘크리트)을 충분히 다져주지 못해 작은 구멍에 물이 차 접착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이 연구원은 “많은 비가 오게 되면 도로 위에 수cm 가량의 물이 흐르게 되는데 버스와 같은 무거운 차량이 출발과 정지를 하면서 물에 큰 압력을 주게 되면 골재 사이로 물이 들어가 접착제와 골재가 떨어지는 ‘박리 현상’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일반도로에는 자갈과 같은 골재 90% 가량과 아스팔트를 섞은 아스콘을 쓰는 데 견줘 전용차로는 붉은색을 내기 위해 무색접착제를 이용하는데 이것이 많은 비와 교통량을 견디지 못해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김광우 강원대 교수(농업공학부)는 “우리 나라에서 골재로 많이 쓰는 화강암은 물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박리현상이 더 잘 일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황성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 나라에서 도로에 색깔을 입혀 포장한 것은 서울시가 2004년 시작한 게 처음으로 수준이 아직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골재가 물을 잘 흡수하는 화강암인데다 접착제의 강도도 아직 검증단계여서 도로 곳곳에 구멍이 패이는 것을 현재로선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대책은?=서울시 건설안전본부 관계자는 “컬러 아스콘을 깔면서 기후 변화와 교통 상황에 얼마나 견딜지 예측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해마다 전용차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개선된 재료와 시공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도로 개선도 중요하지만 서울시가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석홍 연구원은 “서울시가 순환보직제에만 매달리지 말고 하루 빨리 기술 전문인력을 키워야 한다”며 “인구 천만이 넘는 서울시의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라도 토목·기술연구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7개 구간 57.1km의 버스전용차로가 있으며 오는 9월 한강로와 마포로(6.6km)에 추가로 전용차로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