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전국시도지사 협의회에 참석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수도권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발언을 하자, 건너편에서 김범일 대구시장이 턱에 손을 괸 채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듣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26조원 생산 유발”…“지역경제 몰락”
“26조원 생산 유발”…“지역경제 몰락”
민선4기 체제가 들어선 뒤 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쪽과, 규제완화 조처가 이뤄질 경우 지방의 산업기반이 붕괴돼 국가 균형개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쪽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들은 산하 연구원의 두뇌집단을 활용해 그 근거를 제시하며 한 치의 양보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경기도와 대구·경북지역의 사례를 대비시켜 실상을 알아본다.
경기 “20만명 고용 효과” GDP 2.7% 추가 성장도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국정현안 토론회에서 수도권 규제정책이 완화될 경우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 확대로 26조원의 생산유발효과 및 20만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대기업 허용 등 수도권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김 지사의 선거공약이기도 한 수도권 규제완화의 최종 목표는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와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에 관한 법률’이라는 대체입법의 제정이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수도권 규제혁파 추진단을 구성했고 4억원의 홍보비까지 책정한 상태다.
김 지사의 이런 주장의 근거는 지난해 경기개발연구원의 ‘수도권 규제 효과에 관한 연구’에 기초하고 있다. 당시 연구원은 “수도권 공장증설과 공장건축총량의 규제를 완화할 경우 연간 총생산액의 증가가 약 16조3천억원이고 부가가치액은 7조7천억여원에 이르며 국내 총생산에서 2.7% 추가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원은 또 “비수도권 지역과 달리 수도권 지역에서의 생산활동은 대부분 첨단업종에서 효율성이 높으며 국내 제조업 공장 중 공장부지면적의 증가에 따라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수도권 첨단산업의 공장 신증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경우 그 효과는 대기업에 더욱 클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특히 “규제완화로 첨단산업의 신증설이 증가되고 기업의 해외이전이 방지됨에 따라 전국적으로 신규 고용창출이 연간 약 4만5천~8만9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부와 경기도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전국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지난달 12일 전국 29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수도권 공장의 지방이전은 규제 때문이 아니라 수도권 토지가격 상승 등이 1차적 원인”이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커지고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는 수도권 규제철폐 시도는 철폐되어야 한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 안명균 경기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수도권 규제 철폐 보다는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전략 및 합의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참여하는 수도권성장관리를 위한 기구의 설립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ydhong@hani.co.kr
대구·경북 “5조원 피해예상” 고용도 2만2천명 줄어들 것 수도권 규제완화 조처가 이뤄질 경우 대구·경북지역의 피해가 가장 심하고 피해 규모는 5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4일 대구경북연구원 주력산업연구팀장 나중규 박사가 조사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 지난해 8개 첨단업종에 대해 수도권 공장 신·증설이 허용된 뒤 1년안에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9650억원의 생산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또 4198명의 고용감소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박사는 이어 수도권 대기업 허용업종이 25개로 늘어나면 생산감소는 5조1500억원, 고용감소는 2만2천여명으로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지자체와 대기업이 줄기차게 공장 신증설을 요구하는 업종은 액정표시 장치, 유선통신기지, 방송 및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엔진용 부품, 컴퓨터 입출력 장치 등이다. 이 가운데 전자업종은 구미에 집중돼 있고, 자동차 부품업종은 경북 영천·경주와 대구 등지에 밀집돼 있다. 나 박사는 “공장 신증설이 허용된다면 대구와 경북지역의 피해가 가장 크고 치명적”이라며 “이 지역 피해 규모가 광주와 부산, 충청권보다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 공장 신증설이 장기화되면 지역산업 공동화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몰락과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덧붙엿다. 25개 첨단 업종의 대구경북지역 생산액은 연간 45조원, 고용 인원은 8만2700명으로 집계돼 있다. 지역경제계에서는 “수도권에 공장 신증설이 허용되면 지역 사업장이 투자를 줄이면서 생산감소로 이어진다”고 밝힌 뒤 “장기적으로 지역 사업장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수도권 정비계획법(1982년), 공장총량제(94년) 등으로 수도권의 과밀화를 방지해왔지만 1997년 경제환란 이후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왔다. 98년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20개 업종 공장 신증설을 허용한 데 이어 2005년 8개 첨단업종에 한해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올해 들어서는 허용 업종을 8개에서 25개로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그러나 정부와 경기도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전국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지난달 12일 전국 29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수도권 공장의 지방이전은 규제 때문이 아니라 수도권 토지가격 상승 등이 1차적 원인”이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커지고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는 수도권 규제철폐 시도는 철폐되어야 한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 안명균 경기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수도권 규제 철폐 보다는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전략 및 합의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참여하는 수도권성장관리를 위한 기구의 설립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ydhong@hani.co.kr
대구·경북 “5조원 피해예상” 고용도 2만2천명 줄어들 것 수도권 규제완화 조처가 이뤄질 경우 대구·경북지역의 피해가 가장 심하고 피해 규모는 5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4일 대구경북연구원 주력산업연구팀장 나중규 박사가 조사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 지난해 8개 첨단업종에 대해 수도권 공장 신·증설이 허용된 뒤 1년안에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9650억원의 생산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또 4198명의 고용감소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박사는 이어 수도권 대기업 허용업종이 25개로 늘어나면 생산감소는 5조1500억원, 고용감소는 2만2천여명으로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지자체와 대기업이 줄기차게 공장 신증설을 요구하는 업종은 액정표시 장치, 유선통신기지, 방송 및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엔진용 부품, 컴퓨터 입출력 장치 등이다. 이 가운데 전자업종은 구미에 집중돼 있고, 자동차 부품업종은 경북 영천·경주와 대구 등지에 밀집돼 있다. 나 박사는 “공장 신증설이 허용된다면 대구와 경북지역의 피해가 가장 크고 치명적”이라며 “이 지역 피해 규모가 광주와 부산, 충청권보다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 공장 신증설이 장기화되면 지역산업 공동화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몰락과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덧붙엿다. 25개 첨단 업종의 대구경북지역 생산액은 연간 45조원, 고용 인원은 8만2700명으로 집계돼 있다. 지역경제계에서는 “수도권에 공장 신증설이 허용되면 지역 사업장이 투자를 줄이면서 생산감소로 이어진다”고 밝힌 뒤 “장기적으로 지역 사업장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수도권 정비계획법(1982년), 공장총량제(94년) 등으로 수도권의 과밀화를 방지해왔지만 1997년 경제환란 이후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왔다. 98년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20개 업종 공장 신증설을 허용한 데 이어 2005년 8개 첨단업종에 한해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올해 들어서는 허용 업종을 8개에서 25개로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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