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농업회생 자치연대
금요일마다 행사…시민 ‘북적’
금요일마다 행사…시민 ‘북적’
값 싸고·양 많고·믿을 수 있고…
“그냥 주는대로 가져 가소. 공판장에서 파는 것 보다 좀 더 싸게 파는 기라요. 홍보차원에서 나와서 하는 거지 이문이 남아서 하는 게 아님니더.”
지난 18일 오전 11시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문화방송〉앞 마당에서 한 농민이 복숭아를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 3천원에 팔자 10명이 넘는 대구시민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과일가게에서 사려면 5천원은 더 줘야 하고 무엇보다 복숭아가 싱싱해서 좋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광경은 ‘대구경북 농업회생과 지역자치를 위한 사회연대’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여는 ‘농민장터’의 모습이다. 다섯번째로 열리는 이날 장터에서는 대구시민 4천여명이 찾아와 농산물 4천여만원 어치를 사갔다. 지나가다 장이 선 걸 보고 들렀다는 조주희(65·대구시 신천동)씨는 “유기농 느타리버섯을 샀는데 시장보다 값이 25% 정도 싸고 양도 많이 준다”고 말했다. 광고를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는 김인식(60·대구시 대명동)씨도 “직거래로 이뤄지는 만큼 믿고 살 수 있어 좋다”며 “대구 곳곳에 농민장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리는 ‘농민장터’는 지난 7월 21일 처음 시작됐다. 경북지역 12개 시군 농민회를 비롯해 20여개 단체에 소속된 150여명의 농민들이 그동안 쌀, 상추, 복숭아, 마늘 등 다양한 농산물을 판매해왔다. 장터가 열릴때 마다 찾아와 유기농 쌀을 팔았다는 농민 송지철(46·상주시 의성면) 씨는 “판매가 급격하게 늘지는 않았지만 단골손님이 꾸준히 늘어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북 봉화군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는 이상덕(53)씨도 “수익이 늘어 좋은 점도 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건강한 땅에서 자란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 더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 장터를 마련한 ‘대구경북 농업회생과 지역자치를 위한 사회연대’조동현 사무국장(39)은 “판매 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인 상황에서 경북에서 생산된 지역농산물이 지역민들에게 직거래로 팔린다면 양쪽 모두 덕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조 국장은 “앞으로 대구에서 12차례나 더 농민장터가 열릴 예정이라”며 “지역농산물 직거래 판매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시민들도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25일에는 대구 수성구민운동장에서 4주 연속으로 농민장터가 열린다.
글·사진 구대선 기자 이은지 인턴기자
(경북대 신문방송 졸)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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