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는 70대 이계순 할머니
구청 장학회에 5천만원 기부
구청 장학회에 5천만원 기부
홀몸으로 힘겹게 살아온 70대 할머니가 홀로 살며 10여년 동안 모은 5천만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놨다. 대구시 서구 비산동에 사는 이계순(73·여)씨는 28일 오후 대구 서구청 사회복지과를 찾아 서구 장학회에 장학금 5천만원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씨가 생활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시작한 것은 1983년, 못다한 학업의 꿈을 자식같은 학생들이 이뤄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그는 어린 시절 불편한 다리 때문에 멀리 떨어진 학교까지 통학할 수 없어 학업을 포기했다가 일제 말기 야학에서 시작한 ‘늦공부’ 마저 한국전쟁 발발로 그만둬야 했다. 이후 1950년대 부터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행상 등 온갖 궂은 일을 마다않고 돈을 모아 생활은 비교적 안정됐지만 이씨의 시름은 가시지 않았다.
그 동안 자식 셋을 낳았지만 돌을 전후로 모두 숨졌고, 남편마저 30여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홀몸이 된 그는 모아 놓은 돈으로 1983년부터 주변의 불우한 학생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녀는 23년째 생활형편이 어려운 지역 중.고등학생들에게 매년 1~2 차례씩 쌀 10포대와 장학금 100만원을 전달하고 있으며, 89년부터는 고향인 경북 칠곡군에 사는 학생들에게도 매년 100만원씩 기부해왔다. 1995년에는 대구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에 “복지관을 지어달라”며 80여평의 땅과 장학금 1억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이씨는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사람이 된 뒤 또 다른 아이들에게 더 큰 도움을 주길 바란다”라며 “80살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을 돕다가 이후엔 재산을 모두 기부하고 편히 쉬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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