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주민 ‘생명줄’ 구실
개인병원 늘며 문닫아
개인병원 늘며 문닫아
25년째 지역주민과 함께한 전북 완주군 고산면 읍내리 예수병원 고산분원이 이달 말에 문을 닫고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이 병원은 미국인 출신 예수병원장 고 설대위씨가 주도로 1982년 7월 의료 소외지역대인 완주군에 문을 열었다. 산골 주민에게 의료혜택을 주는 지역사회 보건사업의 하나로 개원한 것이다. 처음 개원 당시 의료진 20여명 등 직원 30여명이 근무했다.
개원 초기에는 응급실, 수술실, 10개 병상 등을 갖췄고 하루 100여명의 환자가 북적거렸을 만큼 농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최근 몇년 전부터 면소재 지역까지 개인병원이 진출하면서 고산분원의 구실은 줄어들었다. 지금은 고산면소재지에 내과와 가정의학과 등 5개 개인병원이 들어섰다.
또 교통의 발달과 사회가 변화하면서 고산분원은 접근성이 떨어져 주민들이 더이상 찾지 않는 곳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이달 31일 헌신과 봉사의 사명을 마치고 문을 닫는다.
20년 넘게 고산 분원을 이용했다는 이정근(45·화산면 운제리)씨는 “무의촌 시절 고산분원은 산골 주민들에게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며 “앞으로 진료를 받을 수는 없지만 예수병원 고산분원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철 예수병원장은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예수병원이 의료사각지대에서 펼쳐온 지역사회 보건사업이 막을 내렸지만 25년 간의 봉사만큼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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