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번영회에서 여러 차례 홍보했는디 아직까지 한번도 공동상품권을 구경조차 못했어. 눈으로 봐야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경허지. 상품권 가맹점 표딱지가 붙었으면 뭘혀. 한시간 앉아 있어봐야 손님 구경도 못허는디.”
지난 4일 오후 전북 전주시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남부시장에서 속옷과 양말 등을 파는 ㅅ 상회 성갑선(74)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 재래시장 상인연합회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북도 후원을 받아 지난달 1일부터 운영한 공동상품권 제도가 아직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재래시장 공동상품권은 1만원권 15만장, 5천원권 10만장 등 2종류로 올해 20억원 규모를 발행할 계획이다. 전북지역 69개 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고, 거점 새마을금고 13곳에서 상품권을 구입할 수 있으며, 66곳의 새마을금고에서 현금화가 가능하다.
근처 ㄴ건어물 가게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인 정성숙(44)씨는 “한달간 공동상품권을 12~13장 가량 받았다”며 “물가가 비싸므로 백화점 상품권처럼 10만원짜리도 발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공동상품권을 총괄하는 전주 서부새마을금고 김용찬 이사장은 “한달간 상품권 3억원 어치가 새마을금고로 나갔지만 회수율이 매우 적다”며 “상품권을 구입하거나 선물받은 사람들이 추석 즈음에 쓰려고 아직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명절이 지나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행한 충북 청주시는 상품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2003년 12월1일 상품권 3억원 어치를 처음 발행해 6개월만에 모두 소화하고 5억원 어치를 더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4차례에 걸쳐 29억원 어치를 발행해 소화했으며, 올해도 지난 7월 10억5천만원 어치를 발행하는 등 3차례에 걸쳐 17억원 어치를 발행해 유통시키고 있다. 청주 육거리시장 등 13곳의 재래시장 1200여 업소가 상품권 거래 업소로 지정되는 등 청주에서는 재래시장 상품권이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청주시는 물론 농협, 하이닉스 반도체 등 지역 기관·단체·업체 등은 설·추석 등 명절이나 행사 때 상품권을 선물하고 틈틈이 상품권 활용과 재래시장 활성화 캠페인을 여는 등 상품권 유통에 한 몫하고 있다.
청주가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으로 재미를 보자 보은, 충주, 음성, 증평, 진천, 단양 등의 자치단체도 재래시장 등에서 쓸 수 있는 ‘지역사랑 상품권’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밖에 대전시는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올해 1월 처음 시작해 6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8월22일 현재 6억원 가운데 5억8425억원(97.4%)어치 상품권을 판매했다. 환전율은 75% 가량에 이른다. 대전시는 추석을 앞두고 2차로 10억원 어치를 추가 발행했다. 5천원, 1만원, 5만원권 3종류로 모두 10만장이다.
전주 청주/박임근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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