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이용한 ‘만담’으로 손님 웃기는 택시기사 정수완씨
“돈도 벌면서 손님들에게 웃음도 줄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일석이조’ 아닙니까.”
택시에 타는 승객들에게 대구지역 지명을 이용한 ‘만담’을 펼쳐 웃음을 선사하는 택시 운전사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대구 ㄱ택시에 근무하는 택시 경력 10년의 정수완(62·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씨.
정씨는 택시에 손님이 타면 승객에게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면 요금 두배를 내야 하는데 손가락 5개를 흔들며 택시를 잡으셨으니 5배의 요금을 내야 합니다”라는 말로 웃기기 시작한다.
승객이 웃음을 터뜨리면 정씨는 곧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아파트가 대구에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라며 묻는다. “정답은 만평네거리에 있는 ‘만평 아파트죠’. 이 세상 어디 가도 만 평짜리 아파트는 없거든요.”
이어 대구시내 아파트 이름을 이용한 ‘아파트 만담’이 속사포처럼 펼쳐진다.
“신혼부부가 살고 싶은 아파트는 잉꼬아파트, 어린이가 살고 싶은 아파트는 대공원 아파트, 돈 없는 사람들이 입주하려고 하는 아파트는 은행아파트, 불교 신자가 살고 싶은 아파트는 관음아파트, 제주 사람이 살고 싶은 사람은 한라아파트….”
‘아파트 시리즈’가 끝나면 대구시내 병원 이름을 이용한 ‘병원 만담’이 이어지고 ‘골목길 시리즈’ ‘예식장 시리즈’ ‘시장 시리즈’ 등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정씨는 “택시를 타고 대구 시내 전역을 운전하고 다니면서 상호 이름을 유심히 봐 웃음 소재를 직접 개발했다”고 말했다.
몇달 동안 맹연습한 대본을 읽는 것처럼 빠르고 막힘 없는 솜씨의 비밀을 묻자 “반복해서 하다 보니 술술 나오게 됐고 목적지 도착 전까지 한 시리즈를 끝내려다 보니 말이 빨라지게 됐다”고 했다. 그의 ‘유머 시리즈’는 승객들을 편안히 목적지까지 모시겠다는 생각에서 5년 전부터 시작됐다.
정씨의 택시를 탄 승객들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싸움을 해서 냉전 중이던 부부가 정씨 유머를 듣고 웃다가 화해를 하기도 했고, 웃게 해줘서 고맙다며 택시요금에 커피값을 얹어주는 아저씨, 다음에 또 타고 싶다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승객도 적지 않았다.
“어떤 손님은 자신이 개업하는 상점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제 유머 덕분에 많이 웃어서 아프던 몸이 다 나은 것 같다는 손님도 있었지요.”
앞으로도 더 많은 유머 시리즈를 개발해 승객들이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만이라도 즐겁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정씨 바람이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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