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비용 10억 기업에 떠넘겼다
시 “자발적 협찬”…일부 업체 “인허가권 가진 시 요구 거절 못해”
대구시가 국제육상 경기대회, 컬러풀 축제 등에 들어가는 행사 비용 10억원 이상을 기업체에 떠넘긴 사실이 18일 확인됐다.
28일 하루동안 열리는 ‘대구 국제육상 경기대회’는 모두 18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시는 8억원의 예산만 마련했으며 나머지 10억원은 기업체에 떠넘겼다.
이 대회에는 대구도시가스 2억원, 에스케이건설 3억원, 대구은행 2억원, 아파트 시행사인 ㈜해피하제 2억원, ㈜청광주택건설 1억원씩 돈을 냈다. 이 밖에도 동아오츠카는 스포츠 회원권, 디보스는 경품, 흠멜은 선수들 유니폼을 내놓기로 했다. 시는 “업체에 돈이나 상품을 내놓도록 강요한 적은 없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협찬에 응했다”며 “돈을 낸 기업들은 육상경기때 집중적으로 회사 홍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억원을 낸 대구도시가스는 대구시를 상대로 해마다 요금인상을 요구하는 기업이다. 시는 올해는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했지만 내년에는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3억원을 낸 에스케이건설도 지난 14일 편법으로 아파트 신축 허가를 받아낸 곳이다. 시는 이 업체가 학교 터도 마련하지 않았는데 55층 짜리 아파트 790여채를 짓도록 사업승인을 내줘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또 2억원을 낸 해피하제는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네거리에 짓고 있는 55층 짜리 아파트 시행사로 알려졌다. ㈜청광주택건설도 지난 6월 달서구 감삼동에 990세대 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짓겠다며 사업승인을 받아냈으며 곧 분양을 앞두고 있다.
시는 사업장 쪽에서 협찬받은 돈으로 러시아 여자 장대높이뛰기 선수 이신바에바, ‘황색탄환’으로 불리는 중국의 허들선수 류시앙 등 유명 선수들의 초청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신바에바와 류시앙은 각각 5천만원 이상을 받고 경기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이어 29일 부터 열리는 ‘컬러풀 대구 시민축제’때도 해피하제에 1억원을 협찬받았다. 해피하제가 낸 돈은 컬러풀 축제때 신천 둔치에 길이 180m, 너비 12m, 높이 22m 크기의 빛 터널을 건설하는 비용에 보탤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아파트 허가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는 건설업체 동일하이빌도 대구시내 곳곳에 내걸린 홍보 깃발 1천여개를 기증했다.
대구시 안팎에서는 “인허가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는 업체에서 집중적으로 협찬금을 받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또 돈을 낸 일부 기업체 관계자들도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대구시가 협찬을 요구하면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있겠느냐”며 “일부 기업에서는 협찬금을 낸 뒤 돈이 없어 직원들 상여금도 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대구시는 그러나 “기업들이 순전히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대구시 안팎에서는 “인허가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는 업체에서 집중적으로 협찬금을 받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또 돈을 낸 일부 기업체 관계자들도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대구시가 협찬을 요구하면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있겠느냐”며 “일부 기업에서는 협찬금을 낸 뒤 돈이 없어 직원들 상여금도 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대구시는 그러나 “기업들이 순전히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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