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건설노동자 주민칠씨 투신 여성 구하려다 7월 숨져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19일 강물에 투신한 여성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일용직 건설노동자 주민칠(39)씨 자녀를 돕기 위해 2009년 9월30일까지 장학금 1억원 모금운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이던 주씨는 파업 중이던 올 7월19일 밤 9시께 울산 태화교 아래 태화강에 투신한 20대 여성을 구하기 위해 동료 차아무개(37)씨와 함께 뛰어들었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당시 20대 여성과 차씨는 구조됐으나 주씨는 사흘 뒤 태화교 하류 100여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주씨는 3~4년 전 이혼한 뒤 아들(10·초등 3년)과 딸(8·초등 1년)을 홀로 키우며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여서 인쇄회사에 다니는 부산의 큰형한테 남매를 맡기고 일을 마친 뒤 틈만 나면 남매를 보기 위해 부산으로 달려갔다.
주씨의 동생 만구씨는 “형님이 평소 활달하고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했다”며 “조카들이 아빠를 많이 찾고 있는데, 나중에 성장하면 의로운 일을 하다 세상을 떠난 사실을 전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접한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최근 대의원대회를 열어 주씨 남매 장학금 모금운동에 나서자고 결의했다. 살신성인의 정신을 널리 알려 본보기가 되도록 하고 노동현장과 파업현장에서 땀을 같이 흘린 동료의 자녀 양육비를 함께 책임지자는 뜻에서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인터넷 홈페이지, 노조 소식지, 벽보 등을 통해 모금운동 내용을 알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홍순원 울산경찰청장과 김철 울산 중구문화원장, 이두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은 주씨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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