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파트 건설승인 이어 가로등 8㎞ 설치키로
고층아파트에 치이고 관광객에 밟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경북 경주 남산이 고층 아파트 건립과 가로등 설치 등의 개발 등쌀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고층 아파트 건립=경주 남산 맞은편 도동 토지구획지구 안에 아파트가 들어선다. 13층짜리 10채에 434가구가 입주하는 이 아파트는 지난 7월 사업승인을 받았으며, 11월 중 분양을 끝낸 뒤 2년 뒤 완공된다.
이재근 경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아파트 부근은 신라왕릉 밀집지역으로 건물이 완공되면 조망권을 헤친다”고 말했다. 경주남산연구소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왕릉이 즐비한 안압지~불국사 10㎞에 이르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파괴된다”고 지적했다.
경주시는 “아파트가 남산에서 2㎞ 이상 떨어져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허가를 내줬다”고 해명했다.
가로등 설치 계획=경주시는 남산에 가로등을 설치하기 위해 올해 추경예산에 타당성 조사비용으로 600만원을 편성했다. 시는 내년에 20여억원을 들여 포석정~금오정~통일전 8㎞ 구간 300여곳에 가로등을 설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시는 “가로등을 설치해 밤중에 남산을 둘러볼 수 있으면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환경단체들은 “현재 별다른 출입통제 없이 전면 개방돼 있는 남산에 가로등까지 설치한다면 야간에도 시민과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유적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경주 남산은?=경주시 남쪽에 솟은 산으로,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의 두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40여개의 계곡과 산줄기들로 이뤄져 있다. 100여곳의 절터, 80여구의 석불, 60여기의 석탑이 흩어져 있는 남산은 노천박물관으로도 불린다. 보물 13점, 사적 12점, 중요민속자료 1점 등 600여점의 문화재가 보존돼 있고, 자연경관도 뛰어나다.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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