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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김원희씨 형 강제징용 일기 공개

등록 2005-03-08 21:53수정 2005-03-08 21:53

경북 의성군 점곡면 서변리 김원회(72)씨 집에서 김씨와 조카 찬주(52)씨가 김원회씨가 쓴 징용 생활 일기를 담은 책과 강제 징용 관련 자료들을 펼쳐놓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경북일보> 제공
경북 의성군 점곡면 서변리 김원회(72)씨 집에서 김씨와 조카 찬주(52)씨가 김원회씨가 쓴 징용 생활 일기를 담은 책과 강제 징용 관련 자료들을 펼쳐놓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경북일보> 제공
“일제만행 알리는데 도움줬으면…”
혹독한 노동·향수등 꼼꼼히 정리

“1944년 8월 10일. 아침 점호 때 도망갔던 (조선인)세 사람을 끌고 나왔다. ‘도망하는 놈들의 처벌을 똑똑히 보아 두라’. 소대장은 한 사람씩 꿇어 앉히고는 분대원들에게 돌아가면서 홍두깨같은 죽봉으로 전부 후려 갈기게 했다. 힘없이 팰라치면 분대장이 본보기로 다시한번 모질게 후려쳤다. 매를 겨눌 때마다 몸을 뒤트는 모습, 아우성 치는 비명. 감히 눈뜨고 볼 수 있으랴. 하물며 피를 나눈 동포끼리가 아닌가.”

경북 의성군 점곡면 서변리에 사는 김원회(72)씨가 최근 형 원영(2003년 사망)씨가 일제 징용 때 쓴 1년치 일기를 엮은 책을 공개했다. 숨진 김씨의 일기는 1944년 7월7일 징발 영장을 받은 다음날부터 미군 포로로 잡혀 수용소에 갇힌 이듬해 7월11일까지 강제 징용자로 겪은 일들을 기록해놨다.

일기에는 고향 의성에서 대구를 거쳐 일본 오키나와까지 끌려간 과정, 오키나와에서 매일 이어지는 고된 작업과 일상을 꼼꼼하게 적고 있다. 고된 징용생활 속에서 향수에 젖었던 기억과 함께 징용생활을 했던 한국인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혹독한 시간을 견딘 일화도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1944년 7월27일. 어디선가 난데없는 아리랑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 섬아가씨가 부르고 있었는데 전에 이곳에 살고 있던 조선사람에게 배웠다고 했다. 새삼 향수에 젖었다.”

이 일기는 오키나와에서 희생된 한국인 징용자들의 위령탑을 현지에 세운 ’한국인 위령탑 봉안회‘가 1978년 펴낸 ‘진혼’이라는 책에 전문이 실려있다. 책 서문에는 “오키나와에서 날마다 쓴 메모 책은 미군에게 빼앗겼고, 수용소에서 다시 생각나는대로 기록해 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김씨는 “형은 한평생 태평양전쟁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일제의 만행을 알리는 데 힘썼다”며 “최근들어 일제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보상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형의 일기가 진상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성/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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