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친일논쟁 1년만에 후보자 공모…“부적절한 상” 지적
암울했던 일제시대를 풍자한 소설 〈탁류〉의 작가 백릉 채만식(사진·1902~50)을 기리는 문학상이 친일논쟁 속에 중단됐다가 1년여 만에 다시 부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전북 군산시와 군산문화원은 23일 “이 지역 출신 채만식의 작가정신을 기리고 소설문학 발전과 역량있는 작가발굴을 위해 ‘제3회 백릉 채만식 문학상’ 수상 후보자를 다음달 4~18일 공모한다”고 밝혔다.
군산시와 군산문화원 등은 2002년 백릉 탄생 100돌을 맞아 조례로 문학상을 만들어, 2003년과 2004년 문학상을 시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제3회 수상자 선정은 백릉의 친일행적이 논란이 돼 하지 못했다.
최재흔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채만식 작품과 문건 17편에는 친일행적이 명확하다”며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특별법을 통해 친일을 조사하는 시점에서 친일작가 문학상을 부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지부장은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인물을 기리는 문학상을 시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복웅 군산문화원장은 “1942~45년 10여편의 기고문 등을 통해 일부 친일을 한 채만식은 딴 친일문인과 달리 해방직후 ‘민족의 죄인’이란 작품으로 자신의 행적을 사죄한 양심적 인물”이라며 “1930년대 작품을 통해 일제에 저항한 그를 이제 친일 굴레에서 벗겨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옛 옥구)에서 태어난 채만식은 사투리와 고유어 등을 사용한 뛰어난 문체로 일제강점기 사회를 풍자했다. 〈레디메이디 인생〉 〈치숙〉 〈태평천하〉 〈탁류〉 등을 남겼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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