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의 화랑거리에 나온 젊은이들이 화려한 색채의 그림을 눈여겨 보고 있다. 10만원 안쪽의 그림도 많아 큰 부담없이 마음에 드는 미술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용산구청 제공
‘용산 미술축제’ 1500점 전시
양재천 벼베기·볏단 나르기
종로선 울산학춤·뺑파전
양재천 벼베기·볏단 나르기
종로선 울산학춤·뺑파전
깊어가는 가을. 일상에 떠밀려 달리다가도 발길에 채이는 낙엽에 문득 멈춰서는 계절이다. 돌아오는 주말, 서울시 곳곳에서는 메마른 일상을 달랠 문화·자연체험 행사들이 열린다. 가족, 친구, 연인과 더불어 도심의 가을 정취 속으로 걸어 들어가보자.
거리를 걷고 싶나요?=용산구 삼각지에는 50년 역사를 간직한 화랑거리가 있다. 1.5㎞의 거리에 50개 가까운 화랑과 화방이 줄지어 있고, 화가 100여명의 작업실도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다. 용산화랑 화가협회는 26일 닷새 일정의 ‘용산 삼각지 미술축제’의 첫날을 열었다. 화랑거리를 따라 걸으며 1500여점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화가들이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4명의 화가가 연필 초상화를 공짜로 그려주기도 한다.
주말 인사동은 지나치게 북적대는 게 흠이지만, 28~29일에는 유난히 볼거리가 많다. 인사동에 홍보관이 들어서는 것을 기념해 축제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28일 오후 3시 개관식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풍물굿패 ‘살판’의 공연이 분위기를 띄운다. 이후에는 태평무, 부채춤, 판소리, 탈춤, 마당극 등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한지공예, 자연염색, 삼베길쌈 등 전통문화 시연이 이뤄지고 짚풀 공예·투호놀이 등은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도심 속의 가을 들판에 서다=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구에서도 가을 들녘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곳이 있다. 강남구는 양재천 벼농사 학습장에서 2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벼베기 행사를 연다. 벼농사 학습장은 500여평 규모인데, 수확·탈곡·볏단 나르기 과정에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도시 아이들로서는 드물게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지난 여름방학 풀꽃 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이 멋진 허수아비를 세워놓았기 때문에 가을 분위기가 물씬한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벼는 경기 가평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오리·우렁이 농법으로 재배됐는데, 수확물은 건조와 도정 작업을 거쳐 강남구 관내 보육시설에 전달된다.
선율에 젖고 가락에 ‘들썩’=가을밤 숲속에서 듣는 오케스트라 연주도 감수성을 자극한다. 동대문구는 27일 저녁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배봉산 근린공원 야외무대에서 ‘가을밤 숲속의 음악회’를 연다. 1부에서는 동대문청소년오케스트라가 클래식과 영화음악을 연주하고, 성악가 황태율씨 등이 <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을 들려준다. 2부에서는 최성수·문희옥 등 옛 인기가수들이 출연해 ‘사랑의 거리’, ‘풀잎사랑’ 등 히트곡을 부를 예정이다.
28~29일 종로구 국악로에서는 흥겨운 우리 가락과 전통공연들이 알차게 열린다. 돈화문 앞에서 종로3가 사거리에 이르는 길이 국악로인데, 조선시대부터 전통악기 상가 등이 몰려 있던 곳이다. 묘동 사거리에 교통을 통제한 뒤 특설무대를 만들고 각종 공연이 펼쳐진다. 민요·판소리부터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울산학춤·창작 전통춤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만담·줄타기와 <춘향전> <뺑파전> 같은 창극도 있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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