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 변두리 곰 사육농가의 좁은 우리 안에서 곰 한 마리가 2일 오후 무기력한 모습으로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 곰은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지냈다. 충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곰들의 역습?’
2일 오후 충북 충주시 교외 한 농가에 있는 조아무개(52)씨의 곰 사육장. 두세 평 규모의 작은 쇠창살 우리마다 100㎏이 넘어보이는 거구의 반달가슴곰들이 한두 마리씩 갇혀 있다. 모두 80마리다. 좁은 우리 속에 축 늘어진 채 앉아 있는 곰들은 이미 오래 전 야생성을 잃은 듯했다.
전국에는 이런 곰 사육장이 91곳에 이른다. 환경부 통계로는 반달가슴곰 1296마리, 흑곰 96마리, 불곰 30마리 등 모두 1423마리가 살고 있다. 1981년부터 농림부가 수출용 곰 사육을 장려한 결과다.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곰의 국제거래가 금지될 것을 내다보지 못한 것이다.
판로가 막힌 곰은 애물단지가 됐다. 사육 곰은 농민에게는 소나 닭 같은 ‘사유재산’이지만, 야생동·식물보호법의 보호 대상이어서 10살이 되기 전에는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사육농가 쪽은 사육 곰을 사슴·타조·오소리처럼 ‘가축’으로 분류해 자유롭게 도축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한다. 조씨는 “곰들은 4년이면 다 크는데, 그 뒤로도 한 해에 70~80만원씩 사료값을 들이며 6년 이상 키워야 한다”며 “곰사육을 시작한 게 곰같은 짓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웅담이나 곰발바닥 등의 수요도 줄어, 더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도 이유는 다르지만 지금과 같은 곰 사육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는 쪽이다. 3일 오전 서울 인사동에서 ‘사육 곰 체험’ 등 행사를 벌인 녹색연합 최은애 간사는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인 곰을 웅담을 채취하려고 기르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부터 11월4일을 ‘곰의 날’로 정해, 곰 사육 정책을 폐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 단체 김혜애 정책실장은 “정부가 사육농으로부터 곰을 사들여 관리하는 게 해결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적지 않은 사육농들도 “아예 곰을 정부가 수매해 달라”며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다. 홍정기 환경부 자연자원과장은 “환경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는 곰을 사들여 20~30년 키워 자연사시키는 데 수백억원의 세금을 쓰겠다는 것을 국민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정수 김소연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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