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탈락자 불복…위촉조례 보호
통장 자리를 놓고 벌이던 이웃간의 다툼이 결국 ‘주민 감사청구’로까지 번졌다.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 탓에 ‘통장직’이 인기 상한가를 달리면서 다툼이 끊이지 않았으나 주민감사청구로까지 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의 주인공은 서울시 구로구 구로5동 조아무개(57)씨. 조씨는 올초 구에서 공모한 통장에 응모했다가 황아무개(54)씨에게 고배를 마시자, 지난달 25일 주민 216명의 서명을 받아 시 감사관실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조씨는 “주민들의 동의 없이 뽑힌 통장은 인정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불만이 많아 내가 대표로 감사를 청구한 것”이라며 “근거도 없이 선임된 통장위촉심사위원회가 뽑은 통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구로구는 통장들에게 한달 20만원의 수당과 일년 200%의 상여금, 회의참가비 2만원을 지급하고, 고등학생 자녀에게 일년치 장학금도 지원한다”며 “이런 혜택이 있어 통장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장직을 둘러싼 이런 다툼은 통장 위촉에 관한 조례가 자치구마다 다르고 규정이 모호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구로구의 경우 “지역 주민으로서 덕망과 신임을 갖춘 30~65살 이하인 자 가운데 동 통장위촉심사위원회에서 뽑은 사람을 구청장이 위촉한다”고 돼 있다.
특히 실질적인 통장 선임권을 가진 통장위촉심사위원을 각 동에서 동장이 임의로 선정해 다툼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구로5동의 경우 통장위촉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인 동장과 주민자치위원장, 구의원, (관변)단체장 협의회장, 통친회장, 명예동장 협의회장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시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각 자치구의 조례에 차이가 많고, 규정도 명확하지 않아 최근 다툼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감사청구를 계기로 25개 각 구의 통장 선출에 대해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2년 임기를 보장받는 통장은 구로구에 611명, 서울시 전체에는 1만3759명에 이른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지방자치위원장은 “일선에서 주민을 만나는 통·반장은 지방자치의 뿌리”라며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조례를 만들어 불필요한 다툼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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