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 찢어져도 보상금은 쥐꼬리
1996년부터 울산 북구 신명동 동해 앞바다에서 그물 등 어구를 일정한 장소에 두고 고기를 잡는 ‘정치망 어장’을 운영하고 있는 서종환(70)씨는 15일 갈가리 찢어진 어구를 보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서씨의 어구는 이달 5일 훼손됐다. 경남 통영에서 올라온 20t짜리 기선권현망 어선 1척이 멸치를 잡다 서씨의 정치망 어장을 찢은 뒤 도망갔다가 신고를 받은 울산해양경찰서가 수사에 나서자 이틀 뒤 서씨의 집을 찾아가 합의를 시도했다.
줄다리기 끝에 서씨가 손에 쥔 피해보상금은 900만원. 훼손된 정치망을 새것으로 바꾸려면 1억원 이상이 들지만 ‘법대로 하자’며 버티는 대형 기선권현망 어선과 소송을 벌일 자신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900만원을 받아들었다.
이런 분쟁이 생기는 것은 한류와 난류가 겹쳐 해마다 11월~이듬해 1월 멸치어군이 형성되는 울산 연안과 앞바다에 남해안 기선권현망 선단들이 원정조업을 오고 있는데다 정부도 이들 원정선박들이 경북도계를 넘어가지 않으면 얼마든지 조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기선권현망 수산업협동조합과 울산수산업협동조합은 2003년 11월 해양수산부의 중재로 자율규약을 맺어 “기선권현망 어선이 울산 어민들이 선점 조업하고 있는 구역과 정치망 어장 등 특정 구역에서 조업을 금지한다”고 명시했지만 유명무실하다.
또 자율규약엔 “기선권현망 어선이 피해를 입혔을 경우 피해 어업인은 손실에 관한 증빙서류를 첨부해 피해보상 청구서를 제출하고 기선권현망 수산업협동조합은 조사를 해 3개월 안에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보상금이 실제 피해금액보다 턱없이 적다.
이에 울산 어민들은 “기선권현망 어선들이 쥐꼬리만한 피해보상금만 물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고의로 자율규약을 어기고 있다”며 “기선권현망 어선들이 이곳에서 조업을 하지 못하도록 조업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