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형백화점을 비집고 대형할인점과 쇼핑몰이 무질서하게 난립하며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였던 울산의 유통업계가 몸집 키우기와 업종 전환에 앞다퉈 나서며 영토 확장에 다시 나섰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대형할인점은 1998년 ‘농심가 메가마트’ 언양점을 시작으로 7개 회사가 점포 10곳을 운영했으나 올 들어 합병과 업종 전환으로 현재 4개 회사가 8곳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 기준 1위 이마트가 점포 2곳 이상을 거느린 홈플러스(울산·무거·남구점)와 롯데마트(울산·진장점), 메가마트(울산·언양점)에 맞서기 위해 지난달 월마트 울산점을 인수해 점포를 2곳으로 늘렸다. 까르푸(북구 상안동)는 이랜드 계열의 홈에버로 간판을 바꿔 달고 가정 실내장식 전문매장으로 다시 문을 열 예정이어서 8년만에 할인점 무대에서 사라진다.
중저가 패션 전문매장인 아울렛 시장도 경쟁체제로 변했다. 뉴코아는 올들어 향토백화점에서 쇼핑몰 등으로 변신을 시도하다 각각 실패한 옛 올림푸스·주리원백화점을 인수해 아울렛 매장으로 다시 개점했다. 이로써 향토백화점 ‘모드니’를 인수해 2001년 아울렛 매장으로 탈바꿈한 세이브존은 중저가 전략을 내세운 할인점에 이어 뉴코아와도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대형할인점에 맞섰던 쇼핑몰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모두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9월 중구 상권 부활을 외치며 문을 연 디앤아이는 개점 이후 계속 영업부진에 시달리다 몇달 전부터 사실상 폐업수순을 밟더니 지난달 완전 문을 닫았다.
2002년 9월 첫 동대문식 쇼핑몰을 선보인 남구 신정동 씨-1020은 개점 6개월여만인 2003년 초 폐점한 뒤 3년째 방치돼 오다 최근 일부 매장에서 영업을 재개했으나 사실상 폐점 상태다. 또 중구 성남동 크레존도 분양이 안돼 도심 흉물로 방치되고 있으며 오케이 밀리몰과 스타 등도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다 최근 뉴코아에 인수됐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새판짜기가 끝나면서 대형백화점과 할인점, 아울렛 등 3각 구도를 중심으로 총성없는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제품경쟁력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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