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들이 22일 동대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오르지 못해 철도공사 직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국가인권위, 동대구역서 ‘장애차별’ 현장조사
무궁화호 79만대 장애시설…새마을호는 전혀 없어
무궁화호 79만대 장애시설…새마을호는 전혀 없어
22일 낮 12시 동대구역 승강장에서 휠체어 장애인 서준호(29)씨가 무궁화호 열차에 오르지 못해 철도공사 직원들에게 “열차 입구의 휠체어용 경사로가 폭이 좁고 바닥이 튼튼하지 못하다”고 항의했다. 열차 안에 마련된 장애인용 화장실도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으며, 좌석도 휠체어 고정시설이 별도로 없어 매우 위험해 보였다.
양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최경훈(31)씨는 “좌석이 너무 좁고 불편해 아예 표를 2장씩 사서 탈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대구장애인연맹 회원들로 이날 국가인권위 장애차별팀 김윤택 조사관과 함께 동대구역에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무궁화호는 전체 운행하는 열차 1000여대 가운데 79대가 장애인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들은 “그나마도 시설을 이용하는데 여간 불편이 따르지 않는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특히 새마을호 열차는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있는 장애인 시설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휠체어 장애인 김광식(38)씨는 “새마을호를 타려고 하면 철도공사에서 아예 케이티엑스를 타라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철도공사 열차영업팀 안종기 차장은 “최근 도입된 케이티엑스에는 장애인 시설이 있지만 새마을호 열차 420여대는 1986~92년에 들여와 장애인 시설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철도공사가 여러차례 열차안 내부시설을 개선하고, 엘시디 티브이까지 설치해 놓은 마당에 장애인 시설이 없다는게 말이 되냐”고 따졌다.
국가인권위는 “오래 전에 열차를 도입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원회 심의를 거쳐 장애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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