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강남구청 복도에서 ‘강남실버악단’이 구청을 방문한 시민들을 상대로 재즈 연주를 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국 악단이나 군악대 출신의 노음악인들로 구성된 10인조 밴드이다. 사진 강남구청 제공
51살~78살 ‘강남실버밴드’ 열정적 연주활동
“코엑스 무대도 서요…음악은 퇴직없어 행복”
“코엑스 무대도 서요…음악은 퇴직없어 행복”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일흔을 넘긴 쿠바 음악인들이 1996년 재즈 밴드를 결성했다. 쿠바혁명 이후 이발사로 구두닦이로 생계를 잇던 흘러간 음악인들이 무대로 돌아왔고, 이들은 세월만큼 곰삭은 연주와 노래로 세계를 울렸다. 가수 이브라임 페레는 73살에 라틴 그래미상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에도 이들처럼 세월과 인생을 연주하는 재즈 밴드가 있다. 1998년 결성된 ‘강남실버밴드’는 50~70대 연주자들이 드럼을 치고 트럼펫을 분다. 배정우 단장이 78살로 최고령이고, 51살의 전자오르간 주자가 제일 막내다. “경성제국대학 시절에 밴드부에 들었다가 평생 음악을 하게 됐어. 음악을 하니까 너무 좋더라구. 지금은 돌아간 작곡가 길옥윤이가 내 밴드부 동기였지. 난 황해도 만석군 집 아들이었는데, 딴따라 한다고 집안에서 쫓겨나기도 했어.” 배 단장은 그 시절 음악인들처럼 미8군 무대와 방송국 악단, 나이트클럽 무대를 두루 거쳤다. 배우 엄앵란씨의 작은 아버지가 이끌던 ‘엄토미와 그 악단’ 시절이나 부산 해운대 극동호텔 클럽 무대 시절을 행복하게 기억한다. 1980년에 미국 라스베이가스로 이민을 떠났던 그는 18년여만인 98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서울에 들르면 옛날 동료들이 음악하자고 붙드는데, 같이 있으면 한달이 사흘처럼 짧더라고. 그래서 실버악단을 조직하고 눌러앉아버렸지.” 그렇게 9년 전 결성한 악단은 한달에 10~20회씩 연주회를 여는 인기 악단이 됐다. 매달 첫째주 월요일 낮 12시30분에는 강남구청에서 정기 음악회를 하고 있다. 또 이달 14일부터 일주일 동안은 젊은이들로 붐비는 코엑스 무대에 설 예정이다. 50대에 접어들어 방송국 악단 등에선 정년퇴직을 할 나이들이지만, 음악엔 정년퇴직이 없어서 행복하다. 그래서 지금도 신곡 연습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나이 들었다고 음악 못하란 법은 없지. 젊은 사람보다 열정이 적으면 안돼. 단원들이 연주할 때 집중하지 않고, 애들 대학 시험 걱정같은 걸 하면 티가 나요. 그러면 내가 당장 호통을 치지.”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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