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 집행부가 사퇴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집행부는 올 5월 노조창립기념품 납품업자로 선정된 ㄷ사가 대기업 ㄹ사 대표 인감도장을 도용하고 가짜 보증보험증권을 노조에 낸 사실을 알고서도 ㄷ사와 재계약한 노조 간부 이아무개(44)씨가 규정과 절차를 어겼을 뿐이라며 이씨 등 실무 담당 4명을 징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11일 이씨가 업무상 배임과 사기 방조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이후 “민주노조의 정통성을 훼손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현 집행부는 즉각 사퇴하라”는 홍보물이 잇따라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12일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문화회관 93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도 노조창립기념품 납품업자 사기행각에 대한 진상조사위 보고가 끝나자 대의원들이 현 12대 집행부 거취 문제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이에 미래회·동지회·탈 민투위 등 3개 정파로 이뤄져 있는 현 집행부는 ‘즉각 사퇴’와 ‘사퇴불가’로 맞서며 내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사석에서 수차례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지도부가 사퇴를 만류해 결심을 못하고 있다.
노조 핵심 관계자는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퇴 표명을 하되 산별노조 산하 현대자동차지부장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대안을 세워놓고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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