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남 밀양시청 정문 앞에서 밀양 감물리 주민들이 생수공장 허가 취소를 요구하며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밀양 감물리 주민 ‘생수공장 저지’ 3년째 물싸움
70% 지은 상태…임시허가 취소됐지만 “철거때까지 농성”
70% 지은 상태…임시허가 취소됐지만 “철거때까지 농성”
“지하수를 먹고 사는데 생수공장은 절대 안되는 기라.”
13일 오후 4시 경남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 용소·구기·중리마을 들머리에서 10여명의 주민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낯선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들머리 옆 2400여평의 생수공장 터엔 짓다만 철골 건물 2채와 트럭 1대만 눈에 띄이고 생수공장 진입로는 경운기 10여대가 가로막고 있다.
이런 살벌한 풍경은 2004년 10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밀양얼음골샘물이 땅 밑 250m 이상에서 하루 1000톤의 지하수를 파내는 생수공장을 짓기 위해 2003년 3월 경남도로부터 임시허가를 받은 뒤 밀양시로부터 공장 건축허가를 받자 감물리 3개 마을 주민 350여명이 반발했다.
이곳 주민들은 땅 밑에 70여개의 구멍을 내 파낸 지하수로 밥을 지어먹고 벼농사를 짓고 있다. 막다른 산골 지역인데다 마을이 높은 곳에 위치해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주민들은 올 10~11월 생수공장 공사를 몸으로 막고 생수공장 건축을 찬성하는 주민한테 오물을 던져 9명이 구속되고 20명이 가압류를 당했는데도 “생수공장이 들어서면 지하수가 마른다”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얼마전 경남도가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서류가 미비됐다는 이유로 임시 허가를 취소하고 밀양시도 내년 3월까지 ㈜밀양얼음골샘물에 “다른 업종으로 바꾸라”고 통보했지만 주민들은 1개월전부터 밀양시청 안에서 벌이고 있는 천막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 마을주민 조기제(72)씨는 “생수업체가 경남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며 “생수공장을 철거하고 생수업체가 뚫은 지하수 7곳을 막을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밀양얼음골샘물 쪽은 법적 절차에 따라 임시허가를 받아 본허가를 신청했는데 임시허가 마저 취소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업종 변경을 하고 싶지만 지금까지 40여억원을 들여 건축물을
70% 가량 지은 상태여서 결정이 쉽지 않은 상태다.
경남도와 밀양시가 중재에 나서야 하지만 주민들은 두 기관을 불신하고 있다. 3선 연임 뒤 퇴임한 이상조 전 밀양시장이 재임때 직접 ㈜밀양얼음골샘물 허가를 받은 뒤 다른 사업자에게 소유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마·창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도 대책위를 꾸렸지만 경남도와 밀양시는 외부 개입이라며 주민들과의 직접 대화만 고집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현병수 대책위 간사는 “경남도와 밀양시가 어렵다고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글·사진 김광수 기자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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