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 은척면 은척중·상고 학생들이 ‘은자골 공부방’에 모여 방송 수업을 듣고 있다. 은척 중·상고 제공
학원도 없다?
공부방은 있다! 경북 상주시 은척면에는 학원이 없다. 흔한 미술학원, 피아노 학원은 물론이고 입시학원도 찾을 수 없다. 대신 ‘은자골 공부방’이라는 특별한 교실이 있다. 은척 중·상고에 있는 이 교실은 정규 수업시간 보다 한 시간 먼저 시작해서 저녁 8시까지 불을 밝힌다. 중·고 학생 24명 가운데 19명이 이 공부방에 다닌다. 아침 7시30분, 학교에 등교한 학생들은 저마다 책을 들고 ‘은자골 공부방’ 팻말이 붙은 교실에 모여 방송수업을 듣는다. 교육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0교시 수업’을 하는 셈이다. 이른 아침을 먹고 들에 나가는 농촌마을의 특성 때문에 이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오전 8시 전에 등교를 한다. 학생들에게 냉난방이 잘 되는 쾌적한 공부방이 생기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찍 나와서 자연스럽게 공부방으로 모인다. 인터넷 방송으로 한 시간 수업을 들은 뒤 정규수업에 들어간다. 수업이 끝나면, 도시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려가듯 이 학교 학생들은 다시 공부방에 모여 저녁 공부를 시작한다. 방송수업·자율학습 등 학구열 후끈 저녁에는 시간표대로 방송 수업과 자율학습이 이어진다. 이 학교 교사 6명이 번갈아 가면서 공부방 지도를 맡는다. 수업은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황영마을까지 가는 막차 시간에 맞추느라 저녁 8시까지 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도 공부방은 계속 문을 열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정해진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학생들이 방송수업을 듣고, 자율학습을 했다. 올해는 중학생 11명이 모두 공부방에 참여하고, 고등학생 8명 가운데 4명이 ‘고3’ 수험생으로 공부방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은척상고는 1,2학년 학생이 없기 때문에 현재 고3 학생들이 마지막 졸업생이 된다. 공부방 지도를 맡고 있는 안정규(51) 교사는 “지난해 공부방에서 공부한 학생들 성적이 쑥쑥 올랐고, 독서습관이 길러져서 일주일에 책을 서너권씩 읽는 학생들이 생겼다”며 흐뭇해했다. 교육여건 때문에 멀리 상주시내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들도 공부방을 은근히 부러워하게 됐다.
은자골 공부방은 지난해부터 경북도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더불어 살아가는 희망찬 교육 서비스’ 사업 가운데 반딧불교실로 인정받아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올해는 620만원을 지원받아 학생들 저녁 간식비 등으로 쓸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억원의 예산을 들여 농어촌과 도시 소외 지역 학생들에게 반딧불 교실, 마을학습센터, 찾아가는 공부방, 어울림 교실 등 방과 후 학습활동과 봉사활동을 지원했다. 올해는 16억원으로 예산을 늘려 408개 학교을 지원하기로 했다.상주/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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