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신촌역이 해체·수리되기 전(위쪽)·후 모습.
2006년 9월 민간 자본으로 지어진 신촌 기차역이 새로 문을 열면서 옛 신촌역도 해체·복원돼 다시 일반인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철거 위기를 겪다가 근대문화재로 등록된 신촌역이 해체·수리되는 과정에서 좌우가 바뀐 채 복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한겨레>가 옛 사진과 현재 모습을 비교·확인해본 결과, 신촌역의 입구와 ‘기다리는 곳(대합실)’은 옛 자리에 그대로 있으나, 정면에서 봤을 때 왼쪽에 있던 역무실이 오른쪽으로 옮겨지는 변화가 있었다. 옛 신촌역 역무실 자리엔 새 신촌역의 출입구 계단이 설치됐다.
이에 대해 신촌역사 주식회사 장태완 부사장은 “애초 옛 신촌역을 모두 철거하는 설계로 건축 허가를 받았으나, 문화재 가치가 크다는 의견이 많아 철거하지 않았다”며 “다만 역무실이 새 신촌역 출입구를 가로막아 부득이하게 오른쪽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정석 담당자도 “옛 신촌역의 소유자인 철도공사가 건물 전체를 옮기겠다고 요청해, 왼쪽 역무실만 옮기는 방안을 권고했다”며 “등록 근대문화재는 소유자가 철거할 수도 있어 문화재청이 원형·원위치 복원을 고집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옛 신촌역이 제 구실을 잃어버린 것도 문제점으로 보였다. 새 역이 들어설 때까지 역무를 계속했던 옛 역은 현재 옛 서울역처럼 텅 비어있다. 옛 역 바로 앞에는 주차장 출입로까지 설치돼 접근 또한 어렵다.
장 부사장은 “2월 말부터 6월까지 서대문구청에서 신촌역 광장을 조성하는데, 그 과정에서 철도공사, 문화재청과 협의해 옛 신촌역의 쓰임새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건물 복원을 조언한 김정동 목원대 대학원장(문화재 위원)은 “옛 신촌역이 역사를 보여주면서 작은 전시회도 여는,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1920년께 경의선 역으로 지어진 옛 신촌역은 전라선 춘포역(1914년), 동해남부선 불국사역(1918년)에 이어 국내에서 세번째로 오래된 역 건물이다. 2004년 12월말 근대문화재 136호로 등록됐으며, 2006년 9월~12월 해체·복원됐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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