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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민원은 ‘시끌’ 정부지원은 ‘감감’

등록 2007-02-27 19:29

철도개량사업으로 대구선 반야월역, 장항선 홍성역, 경원선 성북역, 경춘선 춘천역 등에 집중해 있는 양회 물류시설이 수년 내 폐쇄될 예정이다. 26일 오전 성북역 인근 현대시멘트 회사 앞에서 레미콘차량들이 기차로 운송돼온 시멘트를 실어나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철도개량사업으로 대구선 반야월역, 장항선 홍성역, 경원선 성북역, 경춘선 춘천역 등에 집중해 있는 양회 물류시설이 수년 내 폐쇄될 예정이다. 26일 오전 성북역 인근 현대시멘트 회사 앞에서 레미콘차량들이 기차로 운송돼온 시멘트를 실어나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철도개량사업의 그늘 (하) 갈 곳 없는 양회시설
철도역 폐쇄에 옮기려는 곳마다 반대
수십억 이전비용에 문닫을 고민도
국가경제 영향에도 불구 지원 표류

“국가기간산업이란 말이 무색하죠.”

성신양회 김태동 기술과장은 철도개량사업과 역세권 개발로 어려움을 겪는 양회 사일로 처지가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

양회 물류시설은 대구선 반야월역, 장항선 홍성역, 경원선 성북역, 경춘선 춘천역에 집중돼 있다.

올해 폐쇄가 예정돼 있는 반야월역에는 한일시멘트 대구영업소(1만1천톤 규모 사일로 2기)와 레미콘공장, 쌍용양회 대구공장(1만톤 규모 사일로 1기)이 각각 위치해 있다.

한일시멘트는 2004년부터 반야월역 인근 고모역에 70억원을 들여 8천톤 규모 사일로를 건설중이다. 고모역 양회기지는 옛 철도청이 1999년 개정한 ‘국유철도화물영업규칙’ 및 ‘취급세칙’에 따라 국고지원을 받는 첫 사례이다.

회사 관계자는 “1992년부터 이전터를 구했으나 반대 민원 때문에 철도부지로 이전하게 된 것”이라며 “이전터가 반야월역보다 좁고 멀어 레미콘공장 분리에 따른 인건비와 철도운송료, 도로운송비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쌍용양회는 대구공장을 폐쇄하고 서대구공장 영업망을 늘리거나 포항에서 도로운송하는 방안 등을 놓고 손익을 저울질하고 있다.


성신양회 충청영업소가 있는 장항선 홍성역은 2008~2010년 사이 새 노선으로 이전 예정이다.

성신양회는 현재 홍성역의 7㎞ 남쪽 신성역 아세아시멘트 사일로 옆으로 이전하거나 시설 폐쇄를 놓고 고민중이다. 신성역 이전엔 140억원 이상 들어가기 때문이다.

오창훈 충청영업소장은 “양회는 톤당 6만1000원이 손익분기점인데 건설경기 위축으로 지난해 말 4만2000원대까지 떨어졌다”며 “신성역 이전 역시 비용부담 외에 먼저 입주해 있는 ㅇ시멘트업체의 양해와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해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성신 춘천공장은 지난해 철도 폐쇄에 따라 충북 단양에서 도로운송을 하고 있으나 톤당 운송비가 철도보다 3천원 이상 비싼 1만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성북역은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양회 물류시설을 이전하라는 민원이 장기화된 곳이다.

한국철도공사는 한국철도기술원에 용역을 의뢰해 성북역의 동양시멘트와 현대시멘트의 7500t급 사일로 4기 등 5개 시멘트회사의 사일로 10여기를 경춘선 사릉역으로 이전하는 ‘성북역 양회사일로 폐쇄대책’을 세웠다.

철도기술원은 성북역 사일로는 서울·경기북부 산업시설 건설에 필요한 시설로, 폐쇄될 경우 △국가물류비 증가 및 건설원가 상승 △도로교통 혼잡 △특대화물 운행으로 인한 도로 파손 및 환경파괴 우려 등을 지적했다.

철도공사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사릉 사일로기지 건설에 735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국고 400억원 지원을 요청했으나 기획예산처의 예비타당성 조사 순위에서 밀려 2년여 표류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현재 국고에서 지원하는 철도 인입선은 산업단지 인입선이 사실상 유일한 데 단일 사업체가 산업단지보다 운송물량이 큰 경우도 많다”며 “해외 경쟁력 강화와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기준으로 국고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취재팀 local@hani.co.kr


“수요자부담원칙 고수하면 결국 철도물류시설 폐업될 것”
전문가들 주장…일본 등은 철도지원 강화

우리나라의 물류운송 원칙은 ‘친환경과 에너지효율 극대화’에 맞춰져 있다. 특히 2012년 지구온난화 규제·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발효를 앞두고 환경물류 대안으로 철도운송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국가물류기본계획(2001~2020) 국가기간교통망계획(2000~2019)을 세우고 철도를 2020년까지 총연장 4908㎞, 복선화율 80%, 화물 분담율 20.3%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철도는 연장 3372㎞, 화물 분담율은 10%대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철도물류 전문가들은 “국회에 계류중인 물류정책기본법과 물류시설법을 고쳐 철도수송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에 대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철도시설 건설 때 철송장(공용화물취급장)을 포함해 물류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2000년 6월 ‘순환형사회형성추진기본법’에 따라 2001년 각계 의견을 수렴해 철도 중심의 ‘신종합물류시책대강’을 확정하고 민간부문 물류운송을 환경 피해가 적은 수송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특급 컨테이너열차의 경우 항구에서 공장까지 3일 안에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 영국은 철도화물수송을 늘리기 위해 철도화물시설지원금과 철도이용지원금 제도를 두고 있다. 프랑스 역시 철도화물 수송을 늘리기 위해 철도 및 철도-육상운송 복합수송에 세제 혜택을 주고 있으며 스위스는 헌법에 알프스횡단 화물의 철도 수송을 의무화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노학래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수요자부담원칙을 고수할 경우 철도물류시설의 폐업과 영업축소 등으로 이어져 서민생활과 국가경제가 직접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정부가 도로운송 위주인 국가물류운송체계를 철도와 도로로 재편하는 차원에서 철도물류시설 지원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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