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향남면 제암리에 세워진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 개신교 소유의 땅에 세워진 기념관 1층에는 1·2전시관과 시청각실이 있으며 순국기념관에는 뾰족한 교회 첨탑과 제암교회가 함께 있다.
문화재청 등 2010년까지 순국기념관 추진
천도교쪽 입장 수용 개신교회 밖 조성될듯
천도교쪽 입장 수용 개신교회 밖 조성될듯
3·1 만세운동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군이 경기 화성시 제암·고주리에서 주민 29명을 학살한 제암리 사건의 유적지에 정부와 자치단체가 오는 2010년까지 새로운 순국기념관의 건립을 추진하면서 특정 종단이 아닌 범종교적인 ‘민족의 성지’로 거듭날 지 주목된다.
성역화 사업 어떻게?=제암리 성역화 사업은 1·2단계로 추진된다. 우선 오는 7월 부터 내년말까지 21억원을 들여 현재의 순국기념관이 있는 제암리 322-4 일대 인근 사유지 1600여평을 사들여 공원화하고 정신교육관의 개보수와 함께 주차장 등이 조성된다. 또 2010년까지 2단계로 360평 규모의 새 순국기념관이 지어진다. 이에 따라 기존의 순국기념관은 기념관 땅 소유주인 개신교에 옮겨질 전망이다. 총사업비 70억여원은 문화재청과 경기도, 화성시가 나눠 낸다.
범종교적 성지로 탄생되나=제암·고주리 만세사건의 희생자는 제암리교회에서 23명, 인근 고주리에서 6명 등 29명이라는게 순국기념관쪽의 설명이다. 이 중 천도교인이 17명, 개신교인이 10명이다. 그러나 현재의 순국기념관 건립시 터를 개신교가 제공하면서 기념관에 교회와 탑 등이 들어섰고 이후 천도교·유족쪽은 특정 교단의 성지로 바뀌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천도교는 지난 2000년부터 주민들이 학살된 매년 4월15일 제암리에서 유족회와 추모제를 지내며 범국민적 순국기념관의 건립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제암리 학살사건 유족회 안용응(66) 회장은 “(사건이 발생한)제암리 교회 건물이 순국기념관 보다 백배 더 커도 불만은 없지만 교회 안에다 기념관을 넣은 것은 잘못”이라며 “제암리 기념관은 특정 종교를 초월해 짓는게 역사적 진실에도 맞다”고 말했다.
역사적 진실규명도=제암리 사건 당시 조선군사령관을 지낸 우쓰노미야의 은폐 조작일기(〈한겨레〉 3월1일치 2면)가 드러나면서 일본의 사건 조작 경위는 물론 실제 학살된 주민수 등 제암리 사건의 역사적 실체도 다시 밝혀야한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고주리에서 학살된 6명을 빼고 제암리 사건의 사망자는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37명으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전문위원인 성주현 박사는 “당시 서울에 있던 미국 총영사 앨런 홀쯔버그가 본국에 2차례 보고한 내용에는 희생자가 37명인 반면 일본은 사상자를 20명으로 축소할 만큼 제암리 사망자수가 크게 달라 역사적인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성/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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