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관씨
청원 마산리 유인관씨…중학 졸업 이어 청주농고 진학
3일 오전 청주농고 입학식장. 60대 농부가 손자뻘의 10대 후반 학생들과 신입생석에 나란히 앉았다.
충북 청원군 내수읍 마산리 이장 유인관(62)씨가 그 주인공. 유씨는 지난달 내수중학교를 졸업하고 청주농고 산림환경자원과에 지원해 고등학생이 됐다.
내수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28살때까지 농사를 짓던 유씨는 1973년 서울 삼선중학교 경비를 하다 1976년 내수중학교에 기능직 공무원 자리가 생기자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는 30년 가까이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공부를 하지 못하다 2002년 12월 정년퇴직했다.
유씨는 “더 늦기 전에 중학교 과정이라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환갑을 한해 앞두고 2004년 자신의 체취가 남아 있던 내수중학교에 입학했다.
유씨는 중학교 시절 근면성실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학교생활은 물론 봉사활동에도 앞장서는 등 3년간 모범생이었다.
퇴직 직후인 2003년초 마을 이장직을 떠맡은 그는 중학생이던 지난 3년간 계속 이장을 맡아 마을의 농사를 비롯해 각종 대소사를 챙기고 있다. 외손자 둘에 4남매를 둔 유씨는 “농사 지으랴, 이장일 보랴, 학교 공부도 해야 하지만 기쁘기 그지 없다”며 “평소 관심 있던 나무재배법과 병충해 등을 집중적으로 배우고 싶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요추협착증 수술을 받아 통학이 조금 불편할 것 같고 아침 나절 공부한 걸 저녁때 까먹는 등 기억력이 떨어져 걱정”이라면서도 “내친 김에 대학까지 진학해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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