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동차·백화점·건설 부문 경쟁사 앞다퉈 진출
옛 현대그룹 탄생의 모태가 됐던 울산에 현대의 경쟁사들이 앞다퉈 진출하면서 울산을 텃밭으로 여겼던 현대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경남 거제에 선박건조장을 둔 대우조선은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조선기자재 제조업체인 울산 신한기계㈜ 지분 89.28%를 668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1990년 설립된 신한기계는 울산에 본사를 둔 현대중공업에 선박 앞·뒤 부위 블록의 약 30%를 납품하는 대표적인 협력업체다. 현대중공업은 올 12월 완공되는 울산 용연공장의 블록 생산량을 늘리고 다른 협력업체에 물량을 더 배정하면 블록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도 텃밭에서 경쟁사에 협력업체를 빼앗긴 데 대해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지난해 8월엔 대우버스가 울산 울주군 상북면 길천리 7만4000여평에 연간 1만대 생산규모의 공장을 지었다.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에서 버스를 생산하지 않는 틈새를 비집고 장기적으로 대우버스가 부산공장 생산라인을 울산공장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아 울산이 대우버스의 본거지로 부상할 수 있다.
유통 분야에서 현대백화점도 울산·성남·동구점 등 3개 점포를 거느리며 독주를 계속했으나 2001년 8월 롯데백화점이 문을 열면서 2003년 성남점 문을 닫고 울산점마저 출혈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아파트·건설 분야에서도 2001년 이전까지 현대건설 외 다른 건설사들의 진출이 드물었으나 이후엔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롯데·대우건설 등에 밀려 현대계열사 직원이 많이 사는 지역의 재건축·신규아파트만 겨우 수주하는 등 체면치레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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