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추모공원 추진일지 / 서울시 화장률과 벽제승화원 하루 화장건수 증가
‘법보다 힘센 표’ 사업추진 여전히 불투명
서울시 “소송 때문에 못한 거 아냐…달라질 것 없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소송이 5년만에 화장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패소로 끝났다. 하지만 시는 향후 일정이나 조직 재정비 계획을 구체화 하지 않아 ‘추진 의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시는 또 주민 반발을 무마하려고 화장장을 포함하는 종합병원단지를 짓기로 했으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준 건설교통부가 애초 용도와 다르다고 반대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12일 서초구 청계산 지킴이 시민운동본부 소속 구민 10명이 원지동에 추모공원을 짓기로한 서울시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또 서초구민 64명이 건교부가 해당 지역 그린벨트를 풀어준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한 청구도 기각했다. 법은 화장시설을 지으려는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러나 추모공원의 첫 삽을 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서초구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는 여전하다. 이날 대법원 주변에서는 주민 70여명이 펼침막을 들고 나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청계산 지킴이 시민운동본부는 성명서를 내고 “화장 수요를 조사한 결과에 따라 (화장장을) 권역·지역별로 소규모 분산 설치해달라”며 “권의주의적 방식으로 화장장을 추진할 경우 죽음을 불사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화장로 11기와 병원단지를 짓기로 한 주민과의 합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팔을 걷어부친 일은 없다. 김인철 노인복지과 과장은 “소송이 걸려서 못한 게 아니기 때문에 승소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나 조직 재정비 계획은 잡힌 게 없다”고 말했다. 추모공원건립지원반의 인력은 한때 15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한 명만 이름뿐인 조직을 지키고 있다. 승소가 예상됐지만 ‘법’보다 주민들의 ‘표’가 힘이 센 현실에서 자치단체장이 선뜻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화장로 23기 규모의 벽제승화원은 화장로 한 기당 하루 처리 건수가 다섯 건에 육박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아침에 발인을 한 유족들이 화장 차례를 기다리느라 저녁 7시까지 대기해야 하는 불편이 일상적이다. 서울시 장묘행정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박태호 을지대 장례지도과 겸임교수는 “결국 오세훈 시장의 결단에 달린 것”이라며 “서초구민은 물론 서울시민 모두에게 화장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이정훈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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