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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이천 민심 부글 ‘제2의 대추리’ 될라

등록 2007-04-16 21:52

특전사가 이전되면 마을 주민 전체가 500년 넘게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경기 이천시 신둔면 장동1리에서 오원영 이장이 16일 마을의 유래와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특전사가 이전되면 마을 주민 전체가 500년 넘게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경기 이천시 신둔면 장동1리에서 오원영 이장이 16일 마을의 유래와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클릭!현장속으로] 하이닉스 공장 증설은 거부되고 특전사는 옮겨 오고
이전 터 70%가 논밭…“아파트 짓자고 농민 땅 뺐나”

“서울 사람들이 살 아파트를 지으려고 흙만 파먹고 살아온 농사꾼들을 모두 내몰면 됩니까?”

16일 오전 경기 이천시 신둔면사무소 회의실은 정부 성토장이었다. 이 곳에 모인 마을 이장들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지난 11일 국방부의 특전사 이전 발표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정부가 8·31 부동산대책으로 ‘송파새도시 건설’을 위해 서울시 송파지역에 위치한 군부대를 옮겨온다는 소식에 ‘서울 사람 아니면 사람도 아니냐’며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도암2리 윤여명(48) 이장은 “행정수도 이전해 수도권 인구 분산한다더니, 오히려 송파에 대규모 아파트 지으려고 군부대를 옮겨 멀쩡한 농촌을 파괴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냐”고 따졌다. 정태홍(53·장동2리) 이장협의회장은 “한미자유무역협정 때문에 농민 시름이 얼마나 큰지 정부가 손톱 만큼만 헤아렸어도 이런 발표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눈물을 지었다.

60여가구 150여명의 전체 주민이 정든 마을을 떠나야하는 장동1리는 마을 전체가 아예 초상집 분위기다. 마을에서 주민들을 좀처럼 찾아보지 못할 농번기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마을회관에 하나 둘 모인 주민들은 서로에게 ‘도대체 어찌되는 것이냐’며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옥란(70·여)씨는 “아파트 지으려고 농민 땅 빼앗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했고 오원영(56) 이장은 “온 마을이 혼란에 빠졌다”며 말끝을 흐렸다.

농민들이 이처럼 당혹해하는 것은 특전사 이전 예정 터 102만평 가운데 70% 이상이 피땀으로 일군 논과 밭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주민들은 그러나 국방과 안보 논리 때문에 자신들의 절박함이 지역이기주의로 내몰리는 것 아니냐고 두려워했다.

지석리 서중석(64) 이장은 “환경오염 때문에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을 거부한 정부가 훨씬 더 큰 오염원인 군부대를 일방적으로 이전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주장했다. 평온하고 한적한 시골이던 신둔면 곳곳에는 16일 하루 동안에만 모두 54개의 국방부 규탄 펼침막이 내걸려 ‘이러다 제2의 평택 대추리 사태를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천시로 옮겨올 군부대는 특전사·특전여단(신둔면 102만평), 기무부대(백사면 도지리 12만평), 정보학교(장호원읍 이황리 5만평) 등 4곳에 119만평이다. 이천시는 현재 7기동군단 등 15개 군부대 시설이 있고, 시 전체 면적의 5.4%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글·사진/김기성 기자 player1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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